| 최초 작성일 : 2026-01-23 | 수정일 : 2026-01-23 | 조회수 : 20 |
"현대차 노조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합의없이 1대도 못들어와" (아시아경제 2026.01.22) “로봇 한 대도 못 들어온다”…현대차 노조, ‘아틀라스’ 현장 투입에 결사반대 (매일경제 2026.01.22) "1억2400만원 대 1400만원,로봇과 싸우는 노조" (중앙일보 2026.01.23)

문 앞에 서 있는 순간이 있다. 문을 열면 무엇이 달라질지 알 수 없을 때, 그래서 차라리 열지 않기로 결정하는 순간. 인간은 언제나 그 앞에서 망설였다. 불을 처음 다룰 때도, 기계를 처음 들였을 때도, 전기가 공장에 들어왔을 때도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통제였다. 우리는 늘 이렇게 생각했다. “이건 아직 안으로 들이면 안 된다.” 통제의 환상 (Illusion of Control) 심리학자 엘렌 랭어(Ellen Langer)는 사람이 실제보다 훨씬 더 많은 통제력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믿는 현상을 ‘통제의 환상’이라 불렀다. 주사위를 세게 던지면 원하는 숫자가 나올 것 같고, 버튼을 더 오래 누르면 결과가 달라질 것 같은 믿음. 기술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기술을 ‘도구’로 부르는 순간 이미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통제는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때가 아니라, 결과를 책임질 수 있을 때에만 성립한다. 기술 공포는 늘 ‘입구’에서 나타난다 새로운 기술이 들어올 때 반대는 언제나 입구에서 가장 크다. 공장 안에서 이미 돌아가고 있는 기계가 아니라, 아직 들어오지 않은 기계가 가장 위협적으로 보인다. 왜일까. 기술이 내부로 들어오면 이제 그것은 현실의 일부가 되지만, 문 앞에 있을 때는 상상 속에서 마음껏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상 속의 기술은 언제나 실제보다 무섭다. 대체 불안 (Replacement Anxiety) 사회학에서는 새 기술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를 대체 불안이라 부른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이 있다. 사람들은 “내 일이 사라질까 봐”보다 “내가 쓸모없는 존재가 될까 봐” 더 두려워한다. 일의 상실이 아니라 의미의 상실. 그래서 기술과의 갈등은 항상 생산성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론의 문제로 번진다. 합의라는 이름의 시간 벌기 “합의 없이는 안 된다”는 말은 대개 옳은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그 말은 자주 결정을 미루는 방식으로 사용돼 왔다.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시간을 벌고, 그 사이 기술은 다른 곳에서 이미 정착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는 선택지가 사라진 뒤에야 문을 열게 된다. 기술은 멈춰 서 있지 않는다 기술의 가장 불편한 속성은 이것이다. 인간의 준비 속도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점. 인간은 토론하고, 회의하고, 합의하지만 기술은 그 사이에도 계속 학습한다. 그래서 기술과의 갈등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타이밍의 문제가 된다. 오늘 이 뉴스를 떠올리며 이 모든 생각 끝에 나는 오늘 이 뉴스를 떠올렸다. “합의 없이는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들일 수 없다.”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충분하다고도 느껴지지 않는다. 문제는 로봇이 공장 안으로 들어오느냐가 아니라, 이미 시대 안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우리가 어디까지 인정하고 있는가다. 문은 아직 닫혀 있지만, 바깥의 시간은 이미 안쪽보다 훨씬 앞서 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 기술을 막고 있는 걸까, 아니면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