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5-12-29 | 수정일 : 2025-12-29 | 조회수 : 28 |

"다이소 장난감도 겁나는데…한쪽선 200만원 키즈패딩 불티"(중앙일보 2025.12.27 ) "이게 뭐라고 10만원이 넘나요"…애들 연말 선물 사러 갔다가 '주춤'(아시아경제 2025.12.21) ---------------------- 다이소 장난감 앞에서는 한 번 더 계산기를 두드리면서도, 200만 원짜리 키즈 패딩 앞에서는 마음이 비교적 빨리 결정되는 장면은 이제 그리 낯설지 않다. 이 차이는 가격 때문일까, 아니면 의미의 차이 때문일까. 아이에게 쓰는 돈은 언제부터인가 ‘사는 것’이 아니라 ‘증명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 이 정도도 못 해주면 어쩌지, 그 생각들이 겹치면서 지출은 어느새 판단이 아니라 반사처럼 이루어진다. ‘텐 포켓’과 ‘VIB(Very Important Baby)’. 이 말들은 아이가 귀해졌다는 설명처럼 들리지만, 혹시 그보다 먼저 어른의 마음이 불안해졌다는 신호는 아닐까. 아이가 줄어든 사회, 미래가 선명하지 않은 시대에서 부모는 아이를 바라보며 자꾸만 앞날을 대신 계산하고, 대신 걱정하고, 대신 준비하려 든다. 그래서 비싼 옷과 비싼 경험은 아이의 욕구라기보다 부모의 마음을 잠시 진정시키는 장치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이를 위한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그 선택의 출발점은 “혹시 내가 부족한 부모는 아닐까”라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한편 같은 시기, 어떤 사회에서는 ‘선물 없는 크리스마스’를 선택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덜 주겠다는 선언이라기보다, 소비로 마음을 설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싶은 시도처럼 느껴진다. 더 많이 주는 쪽과 아예 주지 않으려는 쪽. 방향은 다르지만, 혹시 두 선택 모두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 건 아닐까. 우리는 왜 아이 앞에서 이렇게까지 불안해질까.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과 부모 자신의 불안을 달래는 일은 어디서부터 구분되지 않게 되었을까.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말한 ‘위험사회’라는 개념에 기대어 묻자면, 아이에게 집중되는 이 과도한 투자는 위험을 관리하려는 개인화된 대응은 아닐까. 국가와 사회가 감당하지 못하는 불안을 부모가 혼자 떠안고 있는 것은 아닐까. VIB라는 흐름은 아이 중심의 시대라기보다, 어른의 불안이 아이에게 몰리는 시대의 풍경처럼 보인다. 아이에게 더 많이 쓸수록 우리는 아이의 삶을 준비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부모 자신의 두려움을 관리하고 있는 걸까. 그 질문은 아직 쉽게 답할 수 없어서, 아마 더 오래 남아야 할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 아이에게 쓰는 돈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누구의 불안을 달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