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5-12-20 | 수정일 : 2025-12-20 | 조회수 : |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활 분야, ‘의류’보다 ‘금융·보험’ (경향신문 2025.12.19) "한국소비자원이 19일 발표한 ‘2025 한국의 소비생활지표’를 보면,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생활 분야는 ‘식품·외식’이 29.0%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금융·보험’ 10.8%, ‘주거·가정’ 10.6% 등의 순이었다. 직전 조사인 2023년에는 2위에 올랐던 ‘의류’는 올해 4위(9.9%)로 밀려났다." ----------------------- 소비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에서 ‘의류’가 밀려나고 ‘금융·보험’이 올라섰다는 뉴스는 겉보기엔 통계 변화다. 하지만 이 숫자에는 감정의 이동이 담겨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어떻게 보일지를 먼저 고민하지 않는다. 대신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를 생각한다. 옷은 여유의 상징이다. 지금의 나를 꾸미고, 내일의 나를 상상하게 한다. 반면 금융과 보험은 불안을 관리하는 수단이다. 미래에 닥칠 위험을 계산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선택이다. 소비의 중심이 이쪽으로 이동했다는 것은, 사람들이 삶을 확장하기보다 지키는 방향으로 돌아섰다는 뜻이다. 이 변화는 단순히 경기 침체 때문만은 아니다. 확실성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낙관을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대비를 소비한다. 그래서 소비는 점점 재미를 잃고, 계산을 닮아간다. 우리는 여전히 소비한다. 하지만 그 이유가 달라졌다. 즐거워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덜 불안해지기 위해서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삶의 태도를 완전히 바꾼다. 이 뉴스가 말해주지 않는 사실은 이것이다. 우리는 가난해진 게 아니라, 안심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 " 사람들은 이제 더 잘 살고 싶은 게 아니라, 덜 흔들리고 싶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