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5-12-15 | 수정일 : 2025-12-15 | 조회수 : |
Daily News Essay는 뉴스를 요약하지 않습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을 반복하지 않고, 그 뉴스가 내 일상에 남기는 감정과 균열을 짧은 에세이로 기록합니다. 이 글은 해설도, 사설도 아닙니다. 숫자와 주장 대신, 우리가 그 뉴스를 읽으며 느꼈지만 말로 옮기지 못했던 감각에 집중합니다.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이 뉴스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에서 출발해, 오늘 하루의 생각 하나를 남기는 것이 이 글의 목적입니다.

「탈중국 외쳤지만… 제조업 공급망은 여전히 중국 중심」(매일경제, 12월 14일) 「미·유럽 제조업 재편에도 중국 비중 유지」(Financial Times, 12월 13일) 「글로벌 공급망, 정치보다 구조가 더 강하다」(한겨레, 12월 12일) “결국 중국 없으면 아무것도 안돼요”...세계 주요국 누구도 제조업 못 살려 (매일경제 2025-12-14) ------------------------------- 제조업을 다시 살리겠다는 말은 어디에서나 들린다. 미국도, 유럽도, 한국도 공급망을 재편하고 자국 생산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 가보면 모두가 같은 말을 한다. “결국 중국 없이는 안 된다.” 이 말에는 체념이 섞여 있다. 중국이 싸서가 아니라, 중국이 이미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부품, 중간재, 물류, 숙련 인력까지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연결망은 단순한 이전으로 대체되지 않는다. 공장을 옮긴다고 해서 생태계가 함께 이동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탈중국을 외칠수록 현실은 더 분명해진다. 이 문제는 정치의 영역이 아니라, 시간이 축적된 구조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공급망은 한 번 만들어지면 효율과 비용, 경험이 서로 얽혀 스스로를 강화한다. 그 경로에서 벗어나는 데는 막대한 비용과 인내가 필요하다. 이 뉴스가 불편한 이유는 우리가 이미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의존을 줄이겠다는 말은 쉽지만, 그 의존이 만들어낸 생활의 편리함과 가격 안정, 속도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변화는 늘 선언에 머물고, 현실은 기존 경로를 반복한다. 울리히 벡이 말했듯, 현대 사회의 위험은 되돌릴 수 없는 선택에서 비롯된다. 중국 중심의 제조 구조 역시 과거의 합리적 선택이 오늘의 취약성으로 전환된 사례다. 위험은 외부에 있지 않고, 우리가 쌓아온 방식 안에 있다. 이제 질문은 단순해진다. 중국을 배제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이 의존을 감내하면서 어떤 위험까지 함께 떠안을 것인가다. 제조업은 여전히 돌아가지만, 그 회전축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점점 굳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