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5-12-14 | 수정일 : 2025-12-14 | 조회수 : |
Daily News Essay는 뉴스를 요약하지 않습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을 반복하지 않고, 그 뉴스가 내 일상에 남기는 감정과 균열을 짧은 에세이로 기록합니다. 이 글은 해설도, 사설도 아닙니다. 숫자와 주장 대신, 우리가 그 뉴스를 읽으며 느꼈지만 말로 옮기지 못했던 감각에 집중합니다.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이 뉴스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에서 출발해, 오늘 하루의 생각 하나를 남기는 것이 이 글의 목적입니다.

「1인 소비·혼자 여행 증가… ‘관계 피로’ 확산」 (서울신문, 2025.12)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편한 세대」 (뉴욕타임스, 2025.12) 「관계 맺기보다 거리 두기 선택하는 청년층」 (가디언, 2025.12) → 외로움이 아니라 ‘피로’로 설명되는 고립의 흐름 --------------------------- 요즘 사람들은 혼자인 시간을 일부러 만든다. 혼자 여행하고, 혼자 밥을 먹고, 굳이 약속을 채우지 않는다. 외롭기보다는 편하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누군가를 만나지 않아도, 충분히 하루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보도들은 말한다. 혼자 소비하고, 혼자 이동하고, 혼자 쉬는 시간이 늘고 있다고. 그러나 이 현상은 관계가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관계에 쓰이는 에너지가 너무 비싸졌다는 신호에 가깝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힘을 요구한다. 감정을 조절해야 하고, 맥락을 설명해야 하며, 상대의 기대를 고려해야 한다. 이미 하루 대부분을 일, 선택, 불안에 쓰고 난 뒤에 관계까지 잘해내기엔 남은 여력이 많지 않다. 그래서 혼자는 도피가 아니라 회복의 방식이 된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맞추지 않아도 되며,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아무도 나를 평가하지 않는 상태는 생각보다 큰 안정을 준다. 그러나 이 편안함에는 작은 대가가 따른다. 관계는 줄어들지 않지만, 깊어지기 어려워진다. 자주 만나지 않아도 괜찮아졌지만, 그만큼 서로를 견디는 근육도 약해진다. 혼자는 쉬워졌고, 함께 있음은 조금 더 피곤해졌다. 이 뉴스가 주는 감정은 슬픔이 아니라 솔직함에 가깝다. 우리가 혼자가 된 것은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잘해내야 하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인 시간이 편해졌다는 말 속에는 이런 문장이 숨어 있다. “이 정도면 오늘은 충분하다.” 그 말이 위로처럼 들리는 사회에서,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함께 있음은 언제쯤 휴식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