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5-12-14 | 수정일 : 2025-12-14 | 조회수 : |
Daily News Essay는 뉴스를 요약하지 않습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을 반복하지 않고, 그 뉴스가 내 일상에 남기는 감정과 균열을 짧은 에세이로 기록합니다. 이 글은 해설도, 사설도 아닙니다. 숫자와 주장 대신, 우리가 그 뉴스를 읽으며 느꼈지만 말로 옮기지 못했던 감각에 집중합니다.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이 뉴스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에서 출발해, 오늘 하루의 생각 하나를 남기는 것이 이 글의 목적입니다.

「기본값 사회 확산… 선택의 책임은 어디로 가나」 (The Guardian, 2025.12) 「자동 추천 시스템이 소비 결정을 바꾸다」 (Financial Times, 2025.12) 「편리해진 행정, 줄어든 시민의 선택」 (한겨레, 2025.12) --------------------------------- 요즘 우리는 많은 것을 직접 고르지 않는다. 추천 목록이 대신 골라주고, 기본 설정이 그대로 유지되며, 자동 결제가 알아서 처리된다.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삶은 편리하고, 실수할 위험도 적어 보인다. 플랫폼과 행정, 금융 시스템은 점점 더 많은 결정을 대신해준다. 알아서 최적의 옵션을 제안하고, 굳이 바꾸지 않아도 문제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안심한다. 결정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감각 속에서. 하지만 선택의 부담이 사라질수록, 이상하게도 책임의 감각도 함께 흐려진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왜 이 방향으로 흘러왔는지 설명할 말이 줄어든다. 삶은 편해졌지만, 내 선택이라는 느낌은 옅어진다.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현대 사회를 ‘유동하는 삶’이라 불렀다.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지만, 그 속도만큼 개인의 결정은 구조에 흡수된다. 우리는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불안을 피하지만, 그 대가로 방향 감각을 잃는다.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삶은 실패하지 않을 자유를 준다. 그러나 동시에 성공했다고 말할 근거도 지운다. 무언가를 골랐다는 기억이 없기에, 결과는 늘 외부의 판단처럼 느껴진다. 이 뉴스는 묻는다. 자동으로 흘러가는 삶이 정말 더 자유로운가. 아니면 자유의 부담을 조용히 반납한 상태에 더 가까운가.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삶은 편안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점점 자기 이야기를 잃어간다. 자유는 선택의 수가 아니라, 선택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기억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