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5-12-14 | 수정일 : 2025-12-14 | 조회수 : |

「AI 자동화 이후 직장인 불안감 증가」 (Wall Street Journal, 2025.12) 「업무는 줄었지만 만족도는 하락」 (Financial Times, 2025.12) 「AI 도입 기업, 생산성 상승에도 이직률 증가」 (한국경제, 2025.12) --------------------------- AI는 일을 덜어주기 위해 등장했다. 메일을 대신 쓰고, 보고서를 정리하고, 회의 요약까지 해준다. 분명히 우리는 더 편해졌다. 그런데 이상하다. 업무는 줄었는데, 마음은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는다. 최근 보도들은 공통의 장면을 전한다. 자동화가 확산될수록 생산성은 오르지만, 직장인의 불안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일이 줄어들면 여유가 생길 것 같았지만, 대신 질문이 남는다. “그럼 나는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AI는 결과를 빠르게 만든다. 그러나 과정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사람은 결과보다 과정으로 자신을 증명해왔는데, 그 과정이 생략되기 시작하면서 존재의 근거가 흐려진다. 편리함은 늘었지만, 쓸모에 대한 의심도 함께 늘어난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노동(labor)과 작업(work), 행위(action)을 구분하며 인간의 의미는 단순한 결과 생산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AI는 결과만 남기고, 그 사이의 인간적 시간을 지운다. 이때 사람은 효율의 대상이 되지 못하면 불필요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요즘의 불안은 실직의 공포만이 아니다. 아직 자리에 앉아 있는데도, 이미 대체된 것 같은 감각. AI가 나를 밀어내기 전에, 이미 나 자신이 흔들린다. 이 뉴스는 기술을 비난하지 않는다. 다만 묻는다. 편리함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무엇으로 스스로를 설명할 것인가. 속도가 아니라, 인간으로 남아 있다는 감각은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 AI는 점점 더 일을 잘한다. 그래서 사람은 더 자주, 일이 아닌 자기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