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5-12-14 | 수정일 : 2025-12-14 | 조회수 : |
Daily News Essay는 뉴스를 요약하지 않습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을 반복하지 않고, 그 뉴스가 내 일상에 남기는 감정과 균열을 짧은 에세이로 기록합니다. 이 글은 해설도, 사설도 아닙니다. 숫자와 주장 대신, 우리가 그 뉴스를 읽으며 느꼈지만 말로 옮기지 못했던 감각에 집중합니다.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이 뉴스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에서 출발해, 오늘 하루의 생각 하나를 남기는 것이 이 글의 목적입니다.

뉴스는 말한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었고, 지표는 안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그러나 마트를 나서는 사람들의 표정은 가볍지 않다. 계산대 앞에서 느끼는 감각은 여전히 묵직하다. 숫자는 내려왔다는데, 왜 삶은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을까. 물가 지표는 평균을 말한다. 그러나 일상은 평균으로 살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사는 것은 주거, 식료품, 교통처럼 피할 수 없는 항목들이다. 이 영역에서의 가격 상승은 체감에 훨씬 더 크게 남는다. 그래서 통계의 안정은 생활의 안심으로 번역되지 않는다. 여기서 사람들은 혼란을 느낀다. 내가 예민해진 것인지, 아니면 설명이 빠진 것인지. 이때 체감은 오류가 아니다. 오히려 삶의 언어로 번역된 진실에 가깝다. 지표는 뒤늦게 따라오지만, 체감은 항상 먼저 반응한다. 울리히 벡(Ulrich Beck)이 말한 리스크 사회에서 불안은 숫자로 관리되지 않는다. 위험은 개인의 몫이 되고, 그 부담은 생활비, 월세, 카드값처럼 아주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발표 자료보다 장바구니를 더 신뢰한다. 이 뉴스가 불편한 이유는 명확하다.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말은 들리는데, 그 해결의 흔적이 내 하루에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체감은 정책의 성과가 아니라, 삶의 압력을 측정하는 도구다. 물가가 잡혔다는 말이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묻게 된다. 도대체 누구의 물가가 안정된 것인가.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한, 체감의 배신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