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5-12-13 | 수정일 : 2025-12-14 | 조회수 : |
Daily News Essay는 뉴스를 요약하지 않습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을 반복하지 않고, 그 뉴스가 내 일상에 남기는 감정과 균열을 짧은 에세이로 기록합니다. 이 글은 해설도, 사설도 아닙니다. 숫자와 주장 대신, 우리가 그 뉴스를 읽으며 느꼈지만 말로 옮기지 못했던 감각에 집중합니다.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이 뉴스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에서 출발해, 오늘 하루의 생각 하나를 남기는 것이 이 글의 목적입니다.

「2030 직장인 ‘평생직장’ 개념 붕괴」 (한국경제, 2025.12) 「대기업 평균 근속연수 감소, 인재 유출 가속」 (매일경제, 2025.12) 「이직은 전략, 잔류는 리스크가 된 노동시장」 (Financial Times, 2025.12) ------------------------- 요즘 사람들은 오래 다닌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한다. 충성이나 성실로 들리기보다, 기회를 놓쳤다는 고백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거기 다녀?”라는 질문에는 칭찬보다 안쓰러움이 섞인다. 최근 대기업을 포함한 여러 기업에서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짧아지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특히 30대의 이탈이 빠르다.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머무르는 선택 자체가 손해처럼 느껴지는 감각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감각은 개인의 조급함에서 오지 않는다. 성과는 빠르게 요구되지만, 보상은 늦게 오고, 미래는 약속되지 않는다. 같은 자리에 오래 있을수록 성장보다는 정체의 위험이 커진다는 계산이 작동한다. 그래서 이동은 배신이 아니라, 자기 방어가 된다. 울리히 벡(Ulrich Beck)의 ‘리스크 사회’에서 안정은 더 이상 제도가 보장하지 않는다. 위험은 개인의 선택으로 전가되고, 그 선택의 결과 역시 개인이 감당한다. 이때 오래 머무는 것은 안전이 아니라, 위험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 행위처럼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묻는다. 여기서 더 배울 수 있는가, 이 경험이 다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답이 불분명해지는 순간, 머무름은 미덕이 아니라 기회비용으로 계산된다. 이 뉴스가 씁쓸한 이유는 분명하다. 사람들이 참을성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기다림이 보상받지 못하는 구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오래 다닌다는 말이 자랑이 되지 못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결국 더 자주 떠날 수밖에 없다. 머무름이 불리해졌다는 감각은 조직의 실패이기 전에 사회가 신뢰를 설계하지 못했다는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