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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는 남아 있지만, 그것을 증명할 언어는 사라졌다
AI 시대, 시험과 자격이 무너지며 드러난 ‘이해의 검증 장치’ 붕괴


이해는 남아 있지만, 그것을 증명할 언어는 사라졌다
AI 시대, 시험과 자격이 무너지며 드러난 ‘이해의 검증 장치’ 붕괴




최초 작성일 : 2025-12-13 | 수정일 : 2025-12-13 | 조회수 :

[in the news] Identity

in the news는 뉴스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미 전달된 사실을 반복하지 않고,언론이 말하지 못한 의미를 이론이라는 렌즈로 다시 바라봅니다. 이곳의 글은 속보가 아니며, 요약도 아닙니다. 하나의 이슈를 여러 보도로 모아 그 안에서 드러난 구조와 언어의 빈틈을 천천히 사유합니다. Daily News Essay가 매일의 감각이라면, in the news는 가끔 멈춰 서서 읽는 생각의 기록입니다. 여기서는 답보다 질문이 남고, 결론보다 해석의 여운이 중요합니다. 이곳에서 중요한 것은 정보가 아니라, 무엇이 아직 말해지지 않았는가 입니다.

프롤로그

우리는 오랫동안 시험을 통해 이해를 확인해왔다. 문제를 풀고, 답을 맞히고, 점수를 받는 방식은 지식을 평가하는 가장 간단한 장치였다. 시험은 공정하다고 여겨졌고, 점수는 사람을 비교할 수 있는 언어였다. 그러나 이 언어가 흔들리고 있다. 학생들이 AI를 사용해 과제를 제출하고, 교수들은 답안만으로 이해 여부를 판단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교수들은 가장 오래된 방식으로 되돌아간다. 학생을 마주 앉히고, 말로 묻고, 말로 듣는 구술시험이다. 이 장면은 단순한 교육 현장의 풍경이 아니다. 이것은 한 사회가 오랫동안 의존해온 질문을 드러낸다. 우리는 이제 무엇으로 ‘이해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가.

교수들, AI 부정 막기 위해 구술시험 회귀


표면에 떠오른 것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보도에서 AI의 개입으로 과제·시험의 신뢰성이 흔들리자 점점 더 많은 교수들이 구술시험을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답을 제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해의 과정을 말로 드러내게 하기 위해서다. (The Washington Post, 2025.12.12) 비슷한 문제의식은 다른 나라에서도 반복된다. AI로 작성된 과제, 판별 불가능 단계 진입 (The Guardian) 대학 평가 방식 전면 재검토… 시험의 의미 흔들려 (The New York Times) 자격증 신뢰도 하락, 기업은 자체 검증 강화 (Financial Times) 이 기사들은 각기 다른 맥락을 다루지만, 공통의 징후를 보여준다. 사회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이해의 증명 장치’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신호다.

다르게 읽기

시험은 언제나 중립적인 제도가 아니었다.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가 말했듯, 시험은 지식을 측정하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사람을 분류하고 배치하는 권력의 장치였다. 시험은 “얼마나 아는가”를 묻는 동시에 “누가 믿을 만한가”를 판별하는 수단이었다.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에게 점수와 자격은 능력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가 승인한 구분의 언어였다. 시험은 이해를 증명하는 장치이기보다, 이해했다고 인정해주는 장치에 가까웠다. 이 구조는 오랫동안 잘 작동했다. 시험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사회는 그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대신 효율과 공정이라는 명목 아래 신뢰를 위임했다. 점수는 복잡한 인간의 사고를 한 줄의 숫자로 번역해주는 편리한 언어였다. AI는 이 체계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다. AI는 이 체계가 얼마나 형식에 의존하고 있었는지를 드러냈다. 답을 맞히는 능력과 이해하는 능력이 언제부터 동일시되어 왔는지, 우리는 그 질문을 진지하게 던진 적이 없었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사고(thinking)를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공개성으로 보았다. 생각은 정답보다 어떻게 도달했는지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시험은 오랫동안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 요구해왔다. AI는 이 생략을 정확히 파고든다. 결과는 생산할 수 있지만, 과정의 책임은 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당황한다. 이해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이해를 사회적으로 승인할 언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남겨진 생각

우리는 여전히 공부한다. 여전히 생각하고, 이해하고, 설명하려 애쓴다. 문제는 인간의 사고 능력이 아니라, 그 사고를 사회가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다. 시험은 오랫동안 그 역할을 대신해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묻지 않아도 되었다. 이 사람이 정말 이해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는지. 점수는 그 질문을 대신해주는 간편한 답이었다. 그 언어가 무너질 때, 질문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AI가 문제인가를 묻기 전에, 우리는 먼저 물어야 한다.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랫동안 이해를 숫자 하나로 믿어왔는가. 지금의 혼란은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신뢰를 위임해왔던 장치가 작동을 멈춘 데서 온다. 이 사회는 이제 이해를 다시 말로 설명하고, 과정을 드러내고, 판단의 책임을 되찾아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이 글이 남기는 것은 해답이 아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감각이다. 이해는 여전히 인간에게 있다. 사라진 것은 그것을 증명하던 사회의 언어다.

Tags  #AI시대  #시험의의미  #이해의검증  #교육의변화  #자격의붕괴  #사회적신뢰  #이론저널리즘  #inthe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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