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5-12-22 | 수정일 : 2025-12-22 | 조회수 : |
요즘 환율을 둘러싼 뉴스는 숫자로 시작하지만, 감정으로 끝난다. 상승과 하락의 폭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이다. 그 불안은 외환시장의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가 미래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질문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묻고 있다. 이 나라의 선택은 얼마나 오래 지속 가능한가. 그리고 그 선택의 비용은 언제, 누구에게 돌아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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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적 재정은 본래 위기 속에서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도구다. 선지출, 무상 지원 확대, 금리 조정, 자산 시장 안정 정책 역시 경기 하강 국면에서 충분히 고려될 수 있는 선택들이다. 문제는 정책의 존재가 아니라, 정책이 누적될 때 드러나는 신호다. 미래의 재원을 앞당겨 사용하는 방식이 반복되면 재정은 투자라기보다 시간의 차입에 가까워진다. 이때 시장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보다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기 시작한다. 금리는 그 질문에 대한 중요한 단서다. 위험이 커질수록 자본은 더 분명한 보상을 요구한다. 보상이 줄어든 상태에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자본의 이동은 비난이 아니라 판단의 결과가 된다. 주가지수 목표 역시 상징적이다. 지수는 성장의 결과이지 출발점이 아니다. 지수가 정책의 언어가 될 때, 시장은 장기 전략보다 단기 의지를 읽는다. 이 과정에서 위험은 점점 개인의 선택으로 분산된다. 부채를 통한 자산 추구는 개인의 성향이라기보다 구조가 허용한 경로에 가깝다. 국가의 불확실성이 개인의 책임으로 전환되는 순간, 신뢰는 눈에 보이지 않게 얇아진다. 이 모든 흐름은 하나의 인상을 남긴다. 이 사회는 미래를 설계하기보다, 현재를 유지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선택들은 과연 몰라서 이루어진 것일까. 확장적 재정의 속도와 누적 효과, 비기축통화국이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의 한계, 환율 불안이 신뢰의 문제로 확장될 가능성을 정책을 설계하는 이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까. 아니면 알고도,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웠던 것은 아닐까. 지금의 체감 안정이 미래의 부담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불확실한 시대에 즉각적인 안도감을 주는 선택이 장기적인 설명보다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일까. 혹시 우리는 미래의 비용이 충분히 분산될 것이라 기대했던 것은 아닐까. 또는 다음 세대가 이 선택을 이해해 줄 것이라 조용히 가정했던 것은 아닐까. 과거의 위기는 시간이 지나면 이야기로 남는다. 그 기억이 경고로 작동하지 않을 때, 같은 질문은 다른 형태로 다시 돌아온다. 환율은 오늘의 숫자다. 그러나 이 선택들이 남기는 여운은 이미 내일의 판단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