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5-12-13 | 수정일 : 2025-12-13 | 조회수 : |
Daily News Essay는 뉴스를 요약하지 않습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을 반복하지 않고, 그 뉴스가 내 일상에 남기는 감정과 균열을 짧은 에세이로 기록합니다. 이 글은 해설도, 사설도 아닙니다. 숫자와 주장 대신, 우리가 그 뉴스를 읽으며 느꼈지만 말로 옮기지 못했던 감각에 집중합니다.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이 뉴스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에서 출발해, 오늘 하루의 생각 하나를 남기는 것이 이 글의 목적입니다.

「1센트 동전을 없앤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동전에 대한 규칙을 새로 쓰고 있다」 (CNN, 2025.12.12) 「트럼프, 화폐·국가 상징에 대한 전례 없는 개입」 (The New York Times, 2025.12) 「살아 있는 인물의 화폐 등장 논란 재점화」 (The Guardian, 2025.12) 「동전 폐지 논의 뒤에 숨은 정치적 상징성」 (Financial Times, 2025.11) ---------------------- 1센트 동전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그래서 없애자는 결정은 늘 합리적으로 들린다. 비용 절감, 효율, 실용성. 하지만 가장 작은 단위가 사라질 때, 우리는 종종 다른 종류의 변화를 함께 놓친다. CNN이 전하는 이 뉴스의 핵심은 동전의 크기가 아니라 동전의 얼굴이다. 트럼프는 단순히 화폐 제도를 손보려는 것이 아니다. 그는 미국 사회가 오랫동안 지켜온 관습, 즉 살아 있는 권력이 국가의 상징이 되지 않는다는 규칙을 흔들고 있다. 화폐는 익명의 권력을 상징해왔다. 국가, 제도, 역사처럼 특정 개인을 넘어서는 존재를 나타내기 위해서다. 그래서 미국의 동전에는 대개 죽은 인물, 이미 정치에서 물러난 인물만이 등장했다. 그 익명성은 우연이 아니라, 권력을 비인격화하려는 장치였다. 그러나 트럼프의 정치 스타일은 다르다. 그는 제도를 말하기보다 자신을 말하고, 정책보다 이미지를 앞세우며, 규칙보다 얼굴을 남긴다. 동전에 얼굴을 새긴다는 발상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선언이다. 국가의 상징을 개인의 이미지로 재편하겠다는 선언. 이 지점에서 1센트 동전의 퇴장은 의미를 갖는다. 작고 세밀한 가치 단위가 사라질수록, 정치는 정밀한 계산이 아니라 강한 상징과 단순한 메시지로 움직인다. 복잡한 설명 대신 “누가 말하는가”가 더 중요해진다. 막스 베버(Max Weber)가 말한 카리스마적 지배는 바로 이런 순간에 등장한다. 제도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수록, 사람들은 얼굴을 찾는다. 숫자와 규칙이 주던 안정감이 사라질 때, 권력은 개인의 이미지로 응집된다. 그래서 이 뉴스는 화폐 정책이 아니라 정치 감각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작은 동전을 버리는 대신, 우리는 더 큰 얼굴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상을 계산하던 정밀한 단위가 사라질수록, 권력은 점점 개인 숭배의 형태를 띠기 시작한다. 이 변화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익숙해지고 있다. 정책보다 인물, 내용보다 캐릭터, 설명보다 상징에 반응하는 방식에. 가장 작은 동전이 사라질 때, 권력은 더 이상 익명으로 남지 않는다. 그 순간, 정치는 제도가 아니라 얼굴을 가진 이야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