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5-12-12 | 수정일 : 2025-12-12 | 조회수 : |

“애플·엔비디아, 중국에 연구 거점 확대… AI 인재 흡수 경쟁”(월스트리트저널 · 2025.12.10) “중국, 세계 최대 개발자 풀… ‘경험치 축적’이 경쟁력”(파이낸셜타임스 · 2025.12.09) “한국 IT기업, 글로벌 인재 확보 없이는 성장 한계”(한국경제 · 2025.12.11) ------------------------- 쿠팡이 중국인 개발자를 적극적으로 채용한다는 소식은 흔히 임금이나 국적의 문제로 오해된다. 그러나 이 선택의 핵심은 비용이 아니라 경험의 밀도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의 개발자 공급 시장이며, 하루 수억 건의 클릭과 거래를 분석해본 경험이 축적된 곳이다. 문제를 ‘많이’ 겪어본 사람이 가장 빠르게 문제를 푼다. 애플과 엔비디아가 중국에 연구 거점을 두는 이유도 같다. 기술은 이론이 아니라 시행착오의 총합이다. 수억 명이 사용하는 플랫폼에서 쌓인 오류, 실패, 개선의 기록은 교과서로 배울 수 없는 자산이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은 국경보다 경험이 많은 곳으로 움직인다. 경제사회학에서는 이를 ‘능력의 국경 이동(migration of capability)’이라 부른다. 과거에는 자본과 공장이 이동했지만, 지금은 문제를 풀어본 사람이 이동한다. 이 이동은 조용하지만, 산업의 중심을 바꾼다. 한 개발자는 이렇게 말한다. “연봉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큰 시스템을 만져봤는가예요.” 이 문장은 왜 국적이 아닌 경험이 선택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경험은 개인의 이력서가 아니라, 기업의 속도를 결정한다. 이 변화는 한국 사회에도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인재를 키우고 있는가, 아니면 시험을 통과한 사람을 선별하고 있는가. 대규모 트래픽, 실패를 허용하는 실험 환경, 빠른 의사결정— 이 조건이 없다면 인재는 남아도 능력은 쌓이지 않는다. 그래서 문제는 중국 개발자를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왜 한국에서는 그만큼의 경험이 축적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는가다. 능력은 애국심으로 묶이지 않는다. 경험이 있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뿐이다. 이 뉴스는 우리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어떤 경험을 쌓고 있는가? 그리고 이 경험은 어디에서 더 빨리, 더 깊게 자랄 수 있는가? 국경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능력은 이미 그 위를 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