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5-12-12 | 수정일 : 2025-12-12 | 조회수 : |

“은퇴 후 소득 ‘절벽’… 상위 20%만 연금·자산으로 버틴다”(한국일보 · 2025.12.09) “노인 빈곤율 OECD 최상위권… 노후 격차 고착화”(연합뉴스 · 2025.12.08) “부모 세대 노후 불안, 자녀 세대 부담으로 전가된다”(경향신문 · 2025.12.10) ---------------------------- 노후의 소득 격차가 6.5배에 달한다는 숫자는 차갑다. 그러나 이 숫자가 진짜로 말하는 것은 돈의 크기가 아니라 노후가 얼마나 다른 삶으로 갈라지고 있는가다. 어떤 노후는 여행과 취미로 확장되고, 어떤 노후는 병원비와 생계비 사이에서 점점 축소된다. 같은 나이지만, 전혀 다른 세계를 산다. 고소득 노인가구는 매달 천만 원이 넘는 소득을 유지한다. 연금, 임대수익, 금융자산이 결합된 구조다. 반면 저소득 노인가구는 공적연금에 의존하며, 예기치 못한 의료비 하나에도 삶이 흔들린다. 문제는 이 격차가 일시적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정책 연구에서는 이를 ‘미래 격차의 고착(locked future gap)’이라고 부른다. 노후에 들어서는 순간, 선택지는 급격히 줄어든다. 추가 소득을 만들 기회도, 자산을 축적할 시간도 거의 없다. 즉, 노후의 불평등은 현재의 차이가 아니라 과거의 선택과 구조가 미래를 잠가버린 결과다. 한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젊을 때 열심히 살았는데, 노후는 운에 맡겨진 느낌이에요.” 이 말에는 후회보다 허탈함이 담겨 있다. 노력과 결과 사이의 연결이 끊어진 감정이다. 누군가는 같은 세월을 살았지만, 노후의 풍경은 완전히 다르다. 이 격차는 개인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노후 불안은 자녀 세대로 이동한다. 부모의 의료비와 생활비는 가족의 부담이 되고, 청년 세대는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기 전에 부모의 현재를 떠안게 된다. 그래서 노후의 양극화는 세대 간 격차로 증폭된다. 노후는 더 이상 ‘마지막 삶의 단계’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회가 누구에게 미래를 허락하고, 누구에게는 버팀만 남기는지를 보여주는 시험지다. 숫자로 보이는 격차 뒤에는, 상상할 수 있는 내일의 크기가 다르다는 잔인한 현실이 있다. 이 뉴스는 남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금의 우리에게 묻는다. 나는 어떤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내가 준비할 수 있는 노후의 범위는 얼마나 남아 있는가를. 노후의 양극화는 늙은 사회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가 미리 갈라진 사회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