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5-12-12 | 수정일 : 2025-12-12 | 조회수 : |

“자영업 폐업률 역대 최고… ‘버티는 가게’만 늘었다”(연합뉴스 · 2025.12.09) “소상공인 연체율 급등… 대출은 생존이 아니라 유예가 됐다”(한국일보 · 2025.12.10) “상가 공실률 전국 확대… 자영업 구조 자체가 흔들린다”(서울경제 · 2025.12.11) --------------------------- “매일 하나씩 망한다”는 말은 통계보다 먼저 마음을 무너뜨린다. 사상 최대 폐업이라는 표현은 숫자의 크기를 말하지만, 그 안에는 더 조용한 진실이 있다. 지금 무너지고 있는 것은 가게가 아니라 사람이 일상을 유지하던 마지막 기반이다. 최근 보도들을 종합하면, 폐업은 특정 업종의 불황이 아니다. 자영업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매출 감소보다 고정비의 압박, 그리고 빚을 내서 버티는 구조의 한계다. 연체율은 오르고, 공실은 늘어나고, 대출은 생존이 아니라 시간을 미루는 수단이 되었다. 장사는 더 이상 ‘도전’이 아니라 지연된 퇴장이 되어가고 있다. 경제사회학에서는 이를 ‘생활 기반 붕괴(collapse of living base)’라고 부른다. 개인의 노력이나 경영 능력과 무관하게, 삶을 지탱하던 구조 자체가 무너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폐업은 선택이 아니라 결과이고, 실패가 아니라 구조적 탈락에 가깝다. 한 자영업자는 이렇게 말했다. “장사가 안 되는 게 아니라, 버틸 방법이 없어요.” 이 말에는 패배감보다 체념이 담겨 있다. 과거에는 손님이 없으면 더 노력하면 된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노력과 결과 사이의 연결이 끊어진 느낌이 든다. 그래서 폐업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더는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자연스럽게. 이 변화는 자영업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영업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넓은 생활 흡수 장치였다. 직장을 잃으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선택지, 은퇴 후에도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 그 공간이 무너질 때, 사회는 한꺼번에 불안해진다. 그래서 지금의 폐업 사태는 경기 침체의 신호가 아니라 사회 안전판의 균열이다. 가게 하나가 문을 닫을 때, 그 안에는 한 가족의 생활 리듬, 관계, 자존감이 함께 접힌다.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감정의 붕괴가 매일 반복되고 있다. 이 뉴스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닿는다. 오늘 문을 닫은 가게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의지하고 있던 사회적 완충지대가 하나 사라졌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폐업이 늘어나는 사회는 실패가 많은 사회가 아니다. 다시 설 수 있는 바닥이 사라진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