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5-12-12 | 수정일 : 2025-12-12 | 조회수 : |

🔸 “영국, 비자 신청 단계에서 SNS 계정 제출 의무화 검토”(The Guardian · 2025.11.30) 🔸 “캐나다, 국경 검문 시 휴대폰·SNS 기록 열람 논란”(CBC News · 2025.10.22) 🔸 “호주, 일부 비자 신청자에게 ‘온라인 활동 기록’ 요구”(Sydney Morning Herald · 2025.12.04) ---------------------- 미국이 방문객에게 지난 5년간 SNS 사용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라는 소식은, 국경이 더 이상 땅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경은 데이터로 옮겨갔다. 여행의 자유는 유지되지만, 그 자유는 이제 조건부가 된다. 이는 세계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영국은 SNS 계정 제출을 검토하고, 캐나다는 국경에서 휴대전화와 SNS 기록을 열람해 논란을 일으켰다. 호주 역시 일부 비자 신청자에게 온라인 활동 기록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국가들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사람을 이해하려면 여권보다 SNS가 더 정확하다.” 그러나 SNS는 사실을 기록하지 않는다. SNS는 ‘보이고 싶은 나’의 기록이며, 국가는 그 기록에서 ‘의심하고 싶은 나’를 찾는다. 이 모순이 만들어내는 공간이 바로 데이터 국경(Data Border)이다. 정치사회학에서는 이를 ‘프라이버시의 역전(reversal of privacy)’이라고 부른다. 개인이 국가로부터 보호받고자 했던 사생활이, 이제는 국가가 개인을 판단하기 위한 도구로 반전되는 현상. SNS는 감정의 기록이었지만, 이제는 신념과 위험도를 측정하는 감시의 창이 된다. 한 여행객은 이렇게 말했다. “내 사생활이 여행 조건이 될 줄은 몰랐어요.” 이 문장은 디지털 시대의 불안을 정확히 보여준다. 자유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조건이 붙으며 희미해진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여행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채용, 보험, 대출, 교육— 개인의 온라인 기록은 이제 언제든 제출을 요구받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신분증’이다. 과거는 기록이 아니라, 증거가 된다. 그래서 이 논란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자유를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는가의 문제다. 국경은 더 이상 국가가 아니라 나의 데이터에 그어진다. 그리고 그 경계를 넘는 순간, 우리는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자유롭게 이동하는가? 아니면 스스로의 기록에 의해 심사받으며 이동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