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5-12-12 | 수정일 : 2025-12-12 | 조회수 : |

🔸 “덴마크, 외국인 밀집 지역 인구비율 최대 30%로 제한”(가디언 · 2025.11.20) 🔸 “독일, 급증하는 난민 신청에 ‘지역별 수용 상한제’ 검토”(도이체벨레 · 2025.12.03) 🔸 “오스트리아, ‘문화정체성 보호’ 명분으로 신규 이민 규제 강화”(로이터 · 2025.10.28) --------------------------- 스위스가 천만 명 이상 거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인구제한법’을 국민투표에 부쳤다는 소식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가 왜 인구 증가를 두려워하는지를 묻게 만든다. 그러나 이 논쟁의 핵심은 자원이나 경제가 아니라, 정체성 압력이다. 최근 10년 동안 스위스 인구는 10% 증가했다. 덴마크는 외국인 비율 상한제를 도입했고, 독일은 난민 수용 상한제를 검토 중이며, 오스트리아는 문화 보호를 이유로 이민 규제를 강화했다. 이 흐름은 유럽 전체가 공통된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사회학에서는 이를 ‘정체성 기반 위협(identity-based threat)’이라 한다. 경제적 위협보다 훨씬 더 강력한 감정적 파괴력을 갖는다. 사람들은 소득 감소보다 삶의 방식이 바뀌는 속도를 더 두려워한다. 집값, 도시 밀도, 언어의 다양성, 문화 풍경—all of these— 이 모든 변화는 객관적 문제가 아니라, 주관적 불안을 자극한다. 한 스위스 시민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가 점점 작아지는 느낌이에요.” 작아진다는 의미는 국토가 아니라 나의 영향력, 나의 목소리, 나의 소속감이 축소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인구 제한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든다. 기업은 인력 부족을 우려하고, EU와의 협정이 중단될 가능성까지 논의된다. 인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사회가 미래를 어떻게 상상하는지의 지표다. 흐름을 강제로 가두면, 사회는 어느 순간 더 큰 진동을 일으킨다. 이 논쟁은 결국 한국에도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인구가 줄어도 불안하고, 스위스는 인구가 늘어나도 불안하다. 즉, 문제는 수가 많고 적음이 아니라, 미래를 통제할 수 없다는 감정 자체다. 그래서 인구정책은 경제정책이 아니라 사회심리정책이다. 인구는 국가의 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어떤 사회로 남고 싶은지를 말하는 또 하나의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