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5-12-12 | 수정일 : 2025-12-12 | 조회수 : |

🔸 “BBC, 한국 전통식 ‘번데기’ 소개하며 논란… ‘이해 못하겠다’ 반응”(BBC News · 2025.07.18) 🔸 “미 식품 전문지, 홍어를 ‘가장 도전적인 음식’으로 선정”(Food & Wine · 2024.11.09) 🔸 “동남아·유럽 SNS에서 한국 발효음식 향 논란… ‘냄새 문화차’ 지적”(로이터 · 2025.02.01) --------------------------- 한국 음식이 ‘세계 최악 음식’ 목록에 포함되었다는 소식은 이제 놀랍지 않다. 그러나 이 논란은 음식의 문제가 아니라 시선의 문제, 더 정확히 말하면 미각의 정치학이다. 음식은 혀로 먹지만, 평가는 세계관으로 이루어진다. BBC는 번데기를 낯설다며 소개했고, 미국의 식품 전문지는 홍어를 ‘도전 음식’으로 규정했다. 로이터는 한국 발효음식의 향이 외국 SNS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로 다른 언론, 다른 국가에서 나온 기사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낯섦을 기준으로 타문화를 평가하는 방식. 음식인류학에서는 이를 ‘미각의 상대성(relative taste paradigm)’이라고 부른다. 맛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문화·기후·역사·종교가 켜켜이 쌓여 만들어낸 감각이다. 그러나 세계 음식 평가의 중심에는 늘 서구적 기준이 있다.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이상한 음식’, ‘냄새 나는 음식’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한 외신 기자는 과거 이렇게 말했다. “한국 음식은 낯설어서 불편합니다.” 불편함이 평가가 되고, 평가는 곧 문화적 낙인으로 굳어진다. 이 낙인은 음식뿐 아니라, 그 음식을 먹는 사람들까지 평가한다. 문제는 우리가 이 낙인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문화는 취향이 아니라 정체성의 일부다. 홍어의 향은 냄새가 아니라 한 지역의 생존 방식, 번데기는 단백질이 귀하던 시절의 생활의 지혜, 발효 음식은 기후와 역사 속에서 탄생한 감각의 유산이다. 그러나 타인의 기준은 우리의 문화를 향해 손쉽게 말을 붙인다. “강하다, 특이하다, 거부감이 든다.” 이 말들은 음식을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문화적 거리를 말하고 있다. 그래서 문제는 ‘세계 최악 음식’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그 표현이 얼마나 쉽게 한 문화를 축소시키는 방식으로 사용되는가에 있다. 결국 이 논란은 내 삶에도 닿는다. 나는 타인의 기준을 얼마나 쉽게 내 감각의 기준으로 받아들이는가? 누군가의 리스트 한 줄이 내 정체성을 흔들게 두고 있지는 않은가? 맛은 평가가 아니라 기억이다. 그리고 어떤 음식이든 최악이 될 수 없다. 누군가의 삶을 버티게 했던 향이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