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5-12-12 | 수정일 : 2025-12-12 | 조회수 : |

🔸 “프랑스, 15세 이하 SNS 금지 추진… ‘정신건강 위기 대응’”(르몽드 · 2025.12.08) 🔸 “미국 10대 우울·불안 급증… SNS 사용 규제 필요성 제기”(뉴욕타임스 · 2025.12.07) 🔸 “영국, 청소년 야간 SNS 사용 제한 법안 발의”(BBC · 2025.12.09) -------------------------- 청소년에게 SNS를 차단해야 한다는 논쟁은 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에서 시작된다. 호주가 16세 미만 SNS 금지 정책을 추진하며 “아이들의 정신건강 보호”를 내세운 이유도 결국은 ‘감정의 안전망’이 붕괴된 사회현상을 반영한다. 세계 곳곳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프랑스와 영국은 청소년 SNS 이용 규제 논의를 시작했고, 미국은 10대 우울·불안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로 ‘SNS 감정 과부하’를 지목했다. 규제가 잇달아 등장한다는 의미는 하나다. 청소년은 기술이 위험해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지탱할 현실의 기반이 약해져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발달심리학에서는 이를 ‘감정 의존적 플랫폼 사용(emotional-dependent use)’이라 설명한다. 현실에서 관계가 약해질수록, 청소년은 SNS를 감정의 대체 공간으로 삼는다. 외로움을 달래고, 비교를 견디고, 존재감을 찾고, 상처를 숨기기 위해. 한 청소년은 이렇게 말했다. “SNS를 끊으면 외롭고, 하면 또 힘들어요.” 이 말은 규제 논쟁의 핵심을 정확히 드러낸다. SNS는 위험하지만, 차단만으로는 외로움이 해결되지 않는다. 정책이 고민해야 할 것은 단순 금지가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안전하게 내려놓을 수 있는 현실의 관계 기반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다. 현실이 텅 비어 있을 때, SNS는 중독이 아니라 쉼터가 된다. 그러나 그 쉼터는 일시적이며, 비용은 정신건강으로 돌아온다. 아이들은 SNS를 좋아해서 빠지는 것이 아니다. 붙잡아 줄 사람이 없어 떠밀리듯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SNS 차단 정책은 기술 규제가 아니라 사회의 질문이다. 우리는 아이들의 ‘인터넷 접속’을 끊으려 하는가, 아니면 아이들이 기댈 현실의 감정 연결을 회복하려 하는가. 이 논쟁은 결국 우리에게도 돌아온다. 청소년의 외로움은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어른 사회의 문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