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5-12-10 | 수정일 : 2025-12-10 | 조회수 : |

취업 준비생의 61%가 “일자리에 큰 기대가 없다”고 답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조사 결과가 아니다. 이 문장 속에는 젊은 세대가 앞으로 살아갈 시간 전체가 눌려 있는 듯한 무게가 있다. 기대가 사라진다는 것은 미래가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 자체가 약해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52%는 “일자리가 너무 없다”고 느끼고, 적극적으로 구직하는 청년조차 평균 13.4번 지원서를 낸다. 숫자는 반복의 증거이고, 반복은 결국 체념을 만든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청년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예상 가능성의 붕괴(collapse of expectation)’라고 부른다. 미래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가 유지되어야 사람은 노력을 지속할 수 있는데, 지금 한국 청년의 문제는 기대의 엔진이 꺼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에너지 문제가 되어버렸다. 더 심각한 것은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가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기대가 없다”고 말한다. 이것은 고용 시장의 구조적 문제보다 청년 세대가 사회와 맺고 있는 심리적 관계가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사회가 ‘나를 받아줄 것’이라는 신뢰가 무너질 때 청년은 미래를 계산하지 않는다. 미래를 계산할 수 없을 때, 삶은 현재만 남고 현재는 쉽게 지쳐버린다. 한 취준생은 이렇게 말했다. “지원서는 계속 내지만, 미래를 그리는 마음이 점점 줄어요.” 이 짧은 문장이 청년세대의 현재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준다. 일자리를 찾는 문제가 아니라,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이 소모되고 있다. 그래서 이 문제는 단순히 고용 통계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건 청년의 기술, 스펙, 준비 부족이 아니라—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사회적 환경이 사라졌다는 문제다. 그리고 이 변화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되돌아온다. 청년이 자신의 미래를 상상할 수 없는 사회는, 결국 우리도 ‘기대 없는 시간’을 살게 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