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5-12-10 | 수정일 : 2025-12-10 | 조회수 : |

도시는 점점 더 조용해지고 있지만, 그 조용함은 안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감시에서 온다. 캐나다가 위험 인물을 식별하는 AI 보디캠을 도입했다는 소식은 미래가 아니라 이미 도착한 현재를 보여준다. 기술은 “더 빨리, 더 정확히”를 약속하지만,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은 언제나 가장 느리고 가장 인간적인 것들이다. AI 보디캠이 위험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시대는 범죄 예방의 진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회가 시민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는 순간이다. 감시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사람은 정보가 되고 행동은 패턴이 된다. 기술사회 이론에서는 이를 ‘감시의 알고리즘화’라고 부른다. 인간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인간을 규정하는 체계가 강화되는 것이다. 문제는 기술이 위험을 읽는 능력보다도, 인간의 여백을 인정하지 않는 능력이 더 빠르게 확장된다는 점이다. 여백이란 오해의 가능성, 설명할 시간, 순간의 실수, 맥락이 주는 변명 같은 것이다. AI는 이런 여백을 0으로 만든다. 사람에게는 0이 아니라 ‘아직’이라는 시간이 필요한데, 기술은 그 시간을 삭제한다. 한 인권단체 활동가는 “AI는 위험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정의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감시사회의 본질을 드러낸다. 위험 인물의 정의가 기술에 의해 고정되는 순간, 인간의 복잡성과 우연성은 고려되지 않는다. 기술의 판단은 빠르지만, 빠름은 언제나 옳음의 증거가 아니다. 감시는 늘 ‘안전을 위해’라는 말로 시작되지만, 감시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스스로를 더 의식하게 되고 행동은 위축된다. 사회학에서는 이를 ‘자기검열의 내면화’라고 부른다. 감시는 범죄를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심리적 자유는 확실히 줄인다. 그래서 AI 보디캠의 시대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온도의 문제다. 우리가 조금씩 잃어가는 것은 안전이 아니라, 안전하다고 느끼는 감정이다. 그리고 이 변화는 거대한 문제 같지만,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 한순간의 표정, 버스에서의 작은 실수, 길에서의 우연한 행동이 누군가의 판단이 되는 사회— 그 사회를 살아가는 ‘나’는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게 될까. AI가 세상을 더 잘 본다고 말하지만, 인간은 그 시선 속에서 더 작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