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6-01-31 | 수정일 : 2026-01-31 | 조회수 : 16 |
"학년 오를수록 청소년 건강 악화…고2 여학생 전자담배 사용률 첫 역전" (경향신문 2026.01.29) "학년 오를수로 무너지는 건강...고2여학생,전자담배 사용률 첫 역전" (중앙일보 2026.01.29) - 흡연 경험률 고2 때 9.59%까지 상승 첫 음주 시점은 ‘중1 진급 때’ 15.6% - (질병청 ‘청소년건강패널조사’ 보고서 )

이상하다. 지금 아이들은 예전보다 훨씬 잘 먹고, 운동할 기회도 많고, 건강 정보는 넘쳐난다. 병원은 가까워졌고, 체육 시설은 좋아졌고, “몸을 챙겨야 한다”는 말도 지겹도록 듣는다. 그런데도 통계는 반대로 간다. 학년이 오를수록 건강은 무너지고, 고2 여학생의 전자담배 사용률이 처음으로 남학생을 넘어섰다.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요즘 애들’이라는 말부터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대신 이렇게 물어보고 싶어졌다. 왜 하필 학년이 오를수록일까. 건강은 원래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청소년의 건강은 거의 전부 환경의 반응이다. 학년이 올라간다는 건 몸이 커진다는 뜻이 아니라, 버텨야 할 압력이 늘어난다는 뜻에 가깝다. 성적표가 생기고, 비교가 시작되고, 선택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질문을 받기 시작한다. “너는 뭘 할 거니?” 아직 결정할 수 없는 나이에 결정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질문들. 그 압력은 통증처럼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잠, 호흡, 식습관, 자기 파괴적인 선택으로 흘러나온다. 전자담배는 그중 가장 조용한 출구다. 냄새가 적고, 흔적이 덜 남고, 무엇보다 “크게 문제 삼지 않아도 되는 선택”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고2 여학생이라는 지점에서 나는 이 현상이 단순한 일탈이나 유행이 아니라고 느꼈다. 여학생들은 대체로 규칙을 더 잘 지키고, 경계를 더 의식하고, ‘문제아’로 보이는 것을 더 두려워해 왔다. 그들이 선택한 전자담배는 반항이라기보다 숨을 곳에 가깝다. 소리를 내지 않아도 되고, 티 나지 않게 버틸 수 있고, 누군가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의 탈출. 건강이 무너진다기보다, 자기 보호 방식이 바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늘 말한다. “몸이 중요하다”, “건강해야 공부도 한다”, “관리하지 않으면 손해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이 몸을 망가뜨릴 수밖에 없는 환경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아낀다. 학교의 속도, 입시의 구조, 비교가 일상화된 교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평가.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도 그 신호를 멈추게 하는 쪽을 선택하는 사회. 이 흐름이 계속되면 문제는 전자담배에서 끝나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신체에 위임하는 방식이 익숙해지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불안, 중독, 번아웃은 더 빠르게 찾아온다. “괜찮은 척하는 능력”이 “회복하는 능력”을 이기게 된다. 이 뉴스가 불편한 이유는 아이들이 약해졌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버티는 방식이 너무 일찍 어른의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고2가 되어서야 건강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고2가 되면 더 이상 몸으로밖에 말할 수 없게 되는 구조. 이 통계는 아이들의 선택을 비난하라고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든 압력을 되돌아보라고 있는 숫자처럼 느껴진다. 혹시 우리는 아이들의 몸이 먼저 보내는 신호를 여전히 ‘개인의 문제’라고 부르고 있는 건 아닐까. 학년이 오를수록 무너지는 건 건강이 아니라, 그 나이에 허락되지 않은 부담의 무게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