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6-01-21 | 수정일 : 2026-01-21 | 조회수 : 19 |
"AI 때문에 썩어가는 뇌는 어찌할꼬" (경향신문 2026.01.19 )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는 2024년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Brain rot)’을 선정하며, 저품질 온라인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하면서 정신적, 지적 상태가 악화하는 현상을 경고한 바 있다. 2025년 12월16일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내놓은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안)’을 보면 ‘AI 기술과 산업’은 선명하게 눈에 띄지만 ‘AI가 인간에 끼칠 위험성’은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편리함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덜 고민해도 되고, 조금 덜 헤매도 되는 기술이라고. 우리는 그렇게 AI를 쓰기 시작했다. 정리해주고, 요약해주고, 문장을 먼저 완성해 보여주는 존재. 그걸 도움이라고 불렀고, 효율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쓰려다 자주 멈추게 됐다. 무엇을 써야 할지는 대충 아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문장을 이어 붙이려다 생각이 자꾸 끊겼다. 이상했다. 시간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정보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머릿속이 조용해진 느낌이었다. ‘뇌 썩음(Brain rot)’이라는 단어를 처음 봤을 때 우리는 그걸 남의 이야기처럼 넘겼다. 숏폼 영상, 자극적인 콘텐츠, 집중력을 망치는 화면들 이야기겠거니 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우리가 AI를 쓰는 방식도 이 단어와 닮아 있는 건 아닐까. AI는 우리가 해야 할 생각을 아주 매끈하게 대신해준다. 문장을 만들고, 구조를 잡고, 결론까지 먼저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덜 힘들어졌고, 덜 막히게 되었고, 덜 괴로워졌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질문이 생겼다. 이 편리함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는 걸까. MIT의 한 실험 결과를 읽으며 우리는 한 문장에서 오래 멈췄다. AI로 글을 쓰던 사람들은 몇 달 뒤 AI 없이는 글을 잘 쓰지 못했다는 대목. 그 문장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AI가 뭔가를 빼앗아갔다기보다, 우리가 스스로 넘겨준 건 아닐까. 글쓰기는 생각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생각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는 말을 우리는 예전에 배웠다.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문장이 꼬이고, 지웠다 다시 쓰는 그 시간 속에서 생각은 조금씩 자라났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그 과정을 너무 쉽게 건너뛴다. 결과는 갖지만 과정은 생략한다. AI는 분명 유용하다. 우리는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생각을 덜 해도 되는 상태에 우리가 너무 빨리 익숙해지고 있는 건 아닐까. 이 글은 누군가를 걱정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니다. 학생을, 아이를, 미래 세대를 대신해 쓴 글도 아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읽는 나, 우리 자신에게 묻기 위해 쓴 글이다. 우리는 여전히 AI를 쓰고 있다. 그리고 오늘도 조금 덜 생각한 채 하루를 넘기고 있다. 그게 정말 괜찮은 일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생각하지 않는 상태는 언제나 아주 조용하게 시작된다는 것. "우리는 아직 생각하고 있는가. 아니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