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6-01-05 | 수정일 : 2026-01-05 | 조회수 : 22 |

[포토] 졸업식과 함께 열린 폐교식 (서울신문 2026.1.5) ------------------- 사진 속 졸업생은 학사모를 쓰고 있습니다. 손에는 졸업장이 들려 있고, 얼굴에는 웃음과 울음 사이 어딘가에 걸린 표정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졸업식은 다음 세대의 입학식이 열리지 않는 졸업식입니다. 학교는 문을 닫고, 학생은 학교를 떠납니다. 두 개의 끝이 같은 날, 같은 공간에서 겹쳐졌습니다. 이 사진이 특별히 오래 눈에 남는 이유입니다. 학교는 보통 “시작”의 장소입니다 입학식이 열리고, 첫 친구를 만나고, 이름을 외우고, 실수를 배우고,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공간. 그래서 졸업식은 늘 이별이지만 희망이었습니다. 여기서 끝나도, 다른 어딘가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사진 속 졸업식에는 그 다음이 없습니다. 폐교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닙니다 학교 하나가 사라진다는 것은 교실 몇 개가 비는 문제가 아니라, • 아이들 웃음이 사라지고 • 아침 등굣길이 사라지고 • 동네가 더 조용해지고 •“미래형 인구”가 지도에서 지워진다는 뜻입니다 졸업생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은 축하보다 증언에 가깝습니다. “여기까지 왔다”는 기록 말입니다. 그래서 이 졸업식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이 아이들은 단순히 학교를 졸업한 것이 아니라 시대의 전환점을 통과한 세대처럼 보입니다. • 아이는 줄어들었고 • 지역은 늙어가고 • 학교는 버티지 못했고 • 사회는 아직 대답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졸업장은 개인의 성취이지만, 폐교식은 사회의 성적표처럼 느껴집니다. 사진 속 아이가 고개를 숙인 이유 졸업장의 무게 때문일 수도 있고, 눈물이 나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직 설명할 수 없는 감정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떠난 뒤 이 교실에 다시 누군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직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우리는 이 장면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이 사진은 “아이들이 사라진다”는 통계보다 훨씬 정확하게 현실을 보여줍니다. • 저출산은 숫자가 아니라 풍경의 변화이고 • 지방 소멸은 그래프가 아니라 기억의 종료이며 • 교육의 위기는 예산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부재입니다 졸업식과 폐교식이 같은 날 열린다는 건, 한 사회가 미래를 배웅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처럼 보입니다.
졸업은 축하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졸업식이 마지막이라면 그 책임은 아이에게 있지 않습니다. 이 사진 앞에서 우리가 느끼는 먹먹함은 한 명의 졸업생 때문이 아니라, 다음에 올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진은 축하보다 오래 남고, 웃음보다 깊게 가라앉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묻습니다. “다음 졸업식은, 어디에서 열릴까요?” (서울신문 2026.1.5 보도 사진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