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6-01-05 | 수정일 : 2026-01-05 | 조회수 : 16 |
요즘 미국에서는 AI 챗봇에 깊이 몰입하다가 현실 감각이 흐려지는 현상이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외로움을 달래는 대화였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도구였으며, 판단을 돕는 조언자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일부 사람들은 챗봇의 말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응답을 현실의 신호처럼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서사 속으로 빠져드는 경험을 겪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상태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알고 있음에도 멈추지 못하고,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다시 접속하게 됩니다. 미국에서는 이 현상을 AI-induced delusion, 혹은 spiraling이라 부르며, 이미 이를 ‘치료와 회복의 대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들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의 해법은 정말 기술 안에 있을까요, 아니면 기술 바깥에 있을까요.

▪ 뉴스가 전하는 신호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AI 챗봇과의 과도한 상호작용으로 인해 망상적 사고에 빠졌다가, 다시 ‘인간과의 대화’를 회복의 경로로 선택한 사람들을 조명했습니다. "Recovering from AI delusions means learning to chat with humans again" (Washington Post, 2026.1.4) 이와 유사한 문제의식은 다른 매체에서도 반복됩니다. 챗봇이 ‘유일한 이해자’가 되면서 현실 관계가 단절되는 사례 AI의 말에 종교적·운명적 의미를 부여하는 심리적 전이 현상 인간보다 AI에게 감정을 먼저 털어놓는 습관의 고착 이 현상은 특정 연령이나 직업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고립된 노년층, 불안한 청년층, 번아웃 상태의 직장인까지 폭넓게 나타납니다. ▪ 챗봇에 빠질 때 나타나는 ‘망상’의 실체 여기서 말하는 망상은 전통적인 정신의학적 의미의 망상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보다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 AI의 답변을 현실의 판단 기준으로 삼기 시작한다 ✔︎ 챗봇이 나를 “특별히 이해한다”는 감각이 강화된다 ✔︎ 반대 의견이나 인간의 조언은 점점 불편해진다 ✔︎ 대화가 깊어질수록 현실의 인간 관계는 얕아진다 이 현상이 위험한 이유는, AI가 틀린 말을 해서가 아니라 항상 반응해주기 때문입니다. 의심하지 않고, 지치지 않고, 관계의 긴장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 미국에서 시도되는 해결 방법들 흥미로운 점은, 미국에서 시도되는 해법이 ‘AI 사용을 끊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 같은 경험을 겪은 사람들의 오프라인 대화 모임 ✔︎ 인간 상담사와의 대화 훈련 재개 ✔︎ 챗봇 사용을 줄이는 대신, 사람과 말하는 시간을 늘리는 실험 즉, 치료의 핵심은 AI와의 연결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의 연결을 다시 회복하는 데 놓여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기사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이 기사는 AI의 위험성을 고발하는 기사라기보다, 인간이 얼마나 쉽게 관계를 포기할 수 있는 존재인가를 보여주는 기록에 가깝습니다. 기사 속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AI를 그만두자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다시 사람과 말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결론 하나가 드러납니다. 망상에서 탈출하는 길은 ‘더 나은 AI’가 아니라, ‘다시 인간’이라는 점입니다. AI는 생각을 대신해주지만, 인간은 생각을 흔들어 줍니다. AI는 공감을 모방하지만, 인간은 오해와 갈등을 포함한 관계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불편함이, 현실을 붙잡아주는 마지막 끈일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이 문제는 줄어들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챗봇과의 대화는 더 자연스러워지고, 더 친절해지며,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바뀌어야 합니다. “AI가 위험한가?”가 아니라, “우리는 누구와 더 많이 대화하며 살아가게 될 것인가?” 인간보다 기계와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사회에서, 대화는 여전히 관계일까요, 아니면 기능이 될까요. 소통은 연결일까요, 아니면 효율일까요. 어쩌면 이 문제의 본질은 AI가 인간을 속이는 데 있지 않습니다. 인간이 인간을 포기하기 쉬워졌다는 데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회복은 기술 업데이트가 아니라 다시 누군가에게 말을 걸 용기가 되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