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6-01-22 | 수정일 : 2026-01-22 | 조회수 : 20 |
소기업이 300인 이상 대기업 될 확률 0.01%… 저성장에 빠진 이유 (동아일보 2026-01-21) "50인 미만 소기업’이 5년 뒤 ‘300인 이상 대기업’으로 성장한 비율 0.01%"(대한상공회의소) "새로운 피 수혈되지 않아 활력이 사라진 경제 구조로는 저성장 기조 탈출 어려움" "기업들의 성장 사다리를 무너뜨리는 ‘계단식 규제’ 영향 크다" "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올라가면 94개, 대기업이 되면 329개의 규제를 새롭게 적용"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기업 스스로 성장 속도를 조절하는 ‘피터팬 증후군’ 심화" "설립 5년 미만 기업 규모가 두 배로 커지는 데 걸리는 기간 : 미국 10∼14년, 한국은30∼34년"

“성장하면 불리해지는 나라.”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가 던진 이 한 문장은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정확히 찌른다. 50인 미만 소기업이 5년 뒤 300인 이상 대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은 0.01%. 문제는 기업이 ‘못 크는 것’이 아니라, ‘크지 않으려고 선택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숫자는 냉정하다. ㅇ 소기업 → 중견기업: 신규 규제 94개 ㅇ 중견기업 → 대기업: 추가 규제 329개 ㅇ 기업 규모 차등 규제로 인한 GDP 손실: 4.8% (약 111조 원) 이 구조 속에서 기업들은 성장의 순간을 ‘기회’가 아니라 ‘페널티의 시작점’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등장한 현상이 바로 ‘피터팬 증후군’이다. 크지 않음으로써 규제를 피하고, 작게 남음으로써 생존을 택하는 전략이다.
이 현상은 단순한 기업 행태 문제가 아니다. 제도가 만들어낸 합리적 선택이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이는 한계효과의 역전(marginal effect reversal) 현상으로 설명된다. 보통 기업이 성장하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해 효율이 높아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일정 규모를 넘는 순간, 추가 매출 1원이 만들어내는 이익보다 규제·노무·행정 비용이 더 빠르게 증가한다. 즉, 더 벌수록 남는 것이 줄어드는 구조다. 성장이 ‘보상’이 아니라 손해가 되는 지점이 생기면서, 기업의 합리적 선택은 더 이상 커지지 않는 것이 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개별 기업에게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전체를 약화시키는 동태적 비효율(dynamic inefficiency)을 낳는다. 기업은 당장의 규제 부담을 피하기 위해 성장을 멈추지만, 그 결과 산업 전체에서는 혁신 기업의 등장, 생산성 확산, 임금 상승의 기회가 사라진다. 오늘의 ‘안전한 선택’이 쌓여 내일의 성장 가능성을 갉아먹는 구조다. 이 모든 현상은 결국 성장 사다리의 붕괴(growth ladder collapse)로 이어진다. 건강한 경제에서는 소기업 → 중견기업 →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성장 경로가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사다리의 중간 단계가 무너졌다. 사다리를 오르는 순간마다 새로운 규제와 비용이 기다리고 있으니, 기업들은 사다리 아래에 머무르거나 아예 오르기를 포기한다. 문제는 사다리가 사라진 경제에서는 다음 세대 기업도, 다음 세대 일자리도 자라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은 의지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가 성장하지 말라고 설계된 결과다. 기업에게 “왜 도전하지 않느냐”고 묻기 전에, 성장했을 때 무엇을 잃게 되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성장을 벌주는 나라에서, 누가 위험을 감수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