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6-01-05 | 수정일 : 2026-01-05 | 조회수 : 21 |
아이 수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교육비는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더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학생 수는 100만 명 가까이 감소했지만, 사교육비 총액은 29조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7만 원을 넘어섰고, 증가의 중심에는 중·고등학생이 아니라 초등학생이 있습니다. 이 현상은 교육열의 문제가 아니라, 탈락을 피하려는 사회 구조의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기저귀 떼자마자 영어 레벨 테스트”...초등학생 한 명에 교육비만 월 44만원" (매일경제 2026-01-04) "학생 100만명 줄었는데 사교육비는 10조 늘어…1인당 月 47만원 돌파" (동아일보 2026.01.04) "사교육비 최근 10년 새 60% 증가…초등학생이 주도"(KBS 2026.01.04) ----------------- 최근 발표된 여러 통계는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학령인구는 전반적으로 감소 그러나 사교육비 총액은 29조 원으로 사상 최대 초등학생 사교육비만 13조 원 돌파 영어·코딩 등 선행학습의 저연령화 이른바 ‘4세 고시’라는 말까지 등장 특히 주목할 점은 사교육이 줄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더 앞당겨졌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중·고등학교에서 시작되던 경쟁이 이제는 초등학교, 더 나아가 유아 단계로 이동했습니다.
이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설명 틀이 있습니다. 첫째, 신호 경쟁(signaling)입니다. 사교육은 더 많이 배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뒤처지지 않았다”는 신호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가 됩니다. 실력보다 증명이 중요해지는 시장입니다. 둘째, 탈락 회피(loss aversion)의 논리입니다. 부모들은 아이를 앞서가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밀려나지 않게 하려는 선택을 합니다. 문제는 이 선택이 개인 차원에서는 합리적일 수 있으나, 사회 전체에서는 비용만 키운다는 점입니다. 셋째, 지위재 소비입니다. 교육은 더 이상 순수한 학습재가 아니라 계층을 방어하기 위한 소비가 됩니다. 이 순간부터 교육비는 소득과 상관없이 줄이기 어려운 고정비가 됩니다.
이 현상을 단순히 “부모의 과잉 욕심”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는 약해졌고 입시는 여전히 불확실하며 실패의 비용은 개인이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 조건에서 사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보험이 됩니다. 아이 수가 줄어들수록 경쟁은 완화되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남은 아이 한 명에게 더 많은 비용이 집중됩니다. 경쟁자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탈락의 여지가 줄어든 사회가 된 셈입니다.
이 구조는 단순히 교육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런 비용 구조에서 출산율은 회복될 수 있을까 “공정한 출발선”이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한가 우리는 아이를 키우는 사회인가, 아니면 아이를 지키기 위해 버텨야 하는 사회인가 사교육비는 통계이지만, 그 뒤에는 불안이 있고, 그 불안은 개인이 아니라 구조에서 생성됩니다.
사교육비가 늘어난다는 것은 부모가 더 욕심을 내서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사회가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