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6-01-04 | 수정일 : 2026-01-04 | 조회수 : 28 |
"An aversion to alcohol is moving the global party scene in an unexpected direction" "알코올에 대한 거부감이 전 세계 파티 문화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CNN 2026.1.3) ----------------------- 새벽 5시 30분, 파티에 가기 위해 일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미니스커트 대신 러닝 타이츠를 입고, 하이힐 대신 운동화를 신는다. 택시 대신 8km를 달려 도착한 곳은 클럽이 아니라 카페다. 술은 없고,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베이스 비트만 있다. 서울 모닝 커피 클럽이 주최하는 ‘커피 레이브’는 이제 더 이상 서울만의 특이한 풍경이 아니다. 뉴욕의 Daybreaker, 런던의 Morning Gloryville, 파리의 베이커리 레이브까지—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파티는 밤과 술을 떠나 아침·카페·커뮤니티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Z세대와 젊은 밀레니얼이 있다. 그들은 더 적게 마시고, 더 일찍 자며, 다음날을 포기하지 않는 파티를 선택한다. 이 변화는 ‘건강한 유행’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파티라는 사회 장치의 재배치에 가깝다.

이 변화는 한국에서 유난히 선명하다. 왜냐하면 한국의 파티는 오랫동안 술이 관계의 입장권이었기 때문이다. 회식, 2차, 새벽 귀가. 관계는 술자리에서 시작되고, 유지되며, 때로는 거기서 탈락한다. 비음주자, 아침형 인간, 내향적인 사람들, 혹은 단순히 지친 사람들은 이 구조에서 늘 주변부에 머물렀다. 술 없는 파티의 확산은 ‘절제의 선언’이 아니다. 그보다는 관계의 방식이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해졌다는 신호에 가깝다. 한국 사회는 이미 만성적인 피로 상태에 있다. 장시간 노동, 치열한 경쟁, 번아웃과 고립.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의 자살률이 상징하듯, 문제는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회복력 부족이다. 그래서 커피 레이브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술을 마시지 않아도 연결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실험처럼 보인다. 술이 빠진 자리를 채운 것은 도덕이 아니라 안전, 수면, 비용, 그리고 다음날의 나다.
첫째, 사회적 자본 이론. 로버트 퍼트남이 말한 것처럼, 사회는 관계를 맺는 통로를 통해 작동한다. 과거엔 술자리가 그 통로였다면, 이제는 카페·러닝·아침 이벤트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사회적 자본이 밤에서 낮으로 이동하는 순간이다. 둘째, 경험경제 이론. 파인과 길모어가 말한 경험의 가치는 이제 ‘취하는 경험’이 아니라 ‘회복되는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 파티는 더 이상 소비 후 탈진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 셋째, 건강 자본 개념. 그로스먼의 관점에서 보면, 무알코올 파티는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 건강 자본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합리적 결정이다. 다음날의 컨디션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곧 생존 전략이 된 사회다.
우리는 정말 더 건강해지고 있는 걸까. 아니면 더 이상 망가질 여유가 없어져서 술을 내려놓는 걸까. 아침의 파티는 공동체를 되살릴까, 아니면 고립을 ‘세련된 라이프스타일’로 포장한 또 하나의 시장일까. 분명한 것은 하나다. 이 변화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피로의 한계선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술 없는 파티는 “착하게 살자”는 구호가 아니라 “내일도 살아야 한다”는 절박한 선택에 가깝다. "이제 파티는 취하기 위한 밤의 소비가 아니라, 다음날을 잃지 않기 위한 삶의 기술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