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작성일 : 2026-01-03 | 수정일 : 2026-01-03 | 조회수 : 19 |
블랙아웃 우려에 전력 쥐어짜는 美…정치권도 "데이터센터 건설 늦춰야"* ◼︎ *(서울경제 ◼︎ 2026.01.02) "인공지능(AI)발 데이터센터 폭증으로 전력난이 심화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만 미시간·인디애나·워싱턴 등 5곳의 노후 화력발전소 폐쇄를 막았다. 5년 전 가동을 멈춘 원자력발전소를 다시 돌리는 등 전력 인프라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당장 전력 수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 미국에서 전력 문제가 다시 정치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AI 때문이다. 생성형 AI 확산과 함께 데이터센터가 폭증하면서, 기존 전력망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이미 가동을 멈췄던 노후 화력발전소의 폐쇄를 연기했고, 심지어 수명이 다한 원전 재가동까지 검토하고 있다. 전력 수급 불안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지난 1년간 미국의 주거용 전기요금은 약 6.5% 상승했다. AI 데이터센터가 몰린 지역일수록 상승 폭은 더 크다. 이 문제는 단순한 에너지 이슈가 아니다.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고, 정치권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말까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기술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그 기술을 떠받치는 물리적 기반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AI가 만들어낸 이 전력 위기는 우연이 아니다. 이는 기술 혁신이 언제나 마주치는 고전적인 병목에 가깝다. AI는 소프트웨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력·냉각·토지·송전망이라는 극도로 물리적인 자원 위에 서 있다. 데이터센터 한 곳은 작은 도시 하나에 맞먹는 전력을 소비한다. 문제는 전력 인프라가 기술처럼 빠르게 확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발전소 하나를 짓는 데는 수년이 걸리고, 송전망 확충은 지역 갈등과 규제를 동반한다. 그래서 AI 시대의 경쟁은 단순히 “누가 더 똑똑한 알고리즘을 가졌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그 알고리즘을 계속 돌릴 수 있는 전력을 확보했는가의 문제가 된다. 미국의 상황은 이 사실을 가장 먼저,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이 장면을 미국만의 특수한 위기로 볼 수 있을까. 아니면 기술이 전력을 집어삼킬 때, 어느 사회든 맞닥뜨리게 되는 공통된 미래일까. 한국 역시 전력 수요가 특정 지역과 산업에 극도로 집중된 구조를 갖고 있다. 반도체 공장, AI 연산 시설, 클라우드 인프라는 이미 전력 소비의 상층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우리는 아직 ‘정전’이 아니라, 요금 인상과 공급 불안이라는 형태로만 이를 체감하고 있을 뿐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전력이 부족해지는 순간보다, 누가 먼저 전력을 가져가고, 누가 나중에 밀려나는가의 문제다. AI와 첨단 산업이 우선순위를 차지할수록, 주거용 전력과 생활 비용은 상대적으로 압박을 받는다. 기술 발전은 계속되는데, 그 비용은 조용히 일상의 영역으로 전가된다. 기술은 국경을 넘지만, 전력은 지역에 묶인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경쟁력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전력을 감당할 수 있는 사회 구조에 달린 것은 아닐까. 우리는 아직 그 질문을 충분히 시작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AI는 미래를 계산하지만, 그 미래를 버틸 전력은 지금의 사회가 감당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