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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사는 것은 능력이 되었고, 죽음은 점점 계급을 닮아간다
프랑스 수명 격차 통계가 던지는 불편한 질문


오래 사는 것은 능력이 되었고, 죽음은 점점 계급을 닮아간다
프랑스 수명 격차 통계가 던지는 불편한 질문




최초 작성일 : 2025-12-17 | 수정일 : 2025-12-17 | 조회수 :

in the news Identity

이미 전달된 사실을 반복하지 않고,언론이 말하지 못한 의미를 이론이라는 렌즈로 다시 바라봅니다. 이곳의 글은 속보가 아니며, 요약도 아닙니다. 하나의 이슈를 여러 보도로 모아 그 안에서 드러난 구조와 언어의 빈틈을 천천히 사유합니다. Daily News Essay가 매일의 감각이라면, in the news는 가끔 멈춰 서서 읽는 생각의 기록입니다. 여기서는 답보다 질문이 남고, 결론보다 해석의 여운이 중요합니다. 이곳에서 중요한 것은 정보가 아니라, 무엇이 아직 말해지지 않았는가 입니다.

부자는 가난한 사람에 비하여 오래산다


프롤로그

우리는 오래 사는 삶을 축복이라고 불러왔다. 의학의 진보, 복지의 확장, 개인의 관리 덕분이라고 배웠다. 그래서 누군가 오래 산다는 말 앞에서 대개는 박수를 치거나, 부러워하거나,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어떤 뉴스는 축하 대신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을 남긴다. 틀린 말은 아닌데, 그렇다고 쉽게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은 감정.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기기엔 무언가가 너무 정확하게 갈라져 있다. 수명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가.

표면에 떠오른 것들

프랑스 통계청(INSEE)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가장 부유한 남성은 가장 가난한 남성보다 평균 13년, 여성은 9년 더 오래 산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격차는 의료 서비스 접근성, 직업적 위험, 생활 환경 차이와 깊게 연관돼 있다. 장수하려면 부유한 것이 낫다 (르피가로 / 12월 15일) 이 보도는 새로운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이미 모두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현실을 숫자로 고정시켰을 뿐이다.

다르게 읽기

이 뉴스가 불편한 이유는 ‘부자는 오래 산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다. 그건 상식에 가깝다. 진짜 문제는 오래 사는 일이 점점 개인의 성취처럼 보이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우리는 건강을 관리하라는 말을 너무 오래 들어왔다. 운동, 식단, 스트레스 관리. 이 모든 말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이 조언들이 반복될수록 한 가지 전제가 조용히 사라진다. 모든 사람이 같은 조건에서 자신의 몸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전제다. 부유함은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다. 시간의 문제이고, 공간의 문제이며, 위험에서 멀어질 수 있는 거리의 문제다. 병원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는 능력, 아프기 전에 쉴 수 있는 여유, 몸을 혹사시키지 않아도 되는 선택지. 이 격차는 생활습관의 차이라기보다 노출되는 위험의 총량 차이에 가깝다. 그래서 이 뉴스는 ‘건강 통계’가 아니라 생존이 점점 성과처럼 분배되는 사회에 대한 보고서다. 우리는 오래 사는 삶을 노력의 결과로 설명하기 시작했고, 그 순간부터 짧은 삶은 설명되지 않는 실패처럼 남는다. 이때 사회는 아주 조용히 책임을 이동시킨다. 구조에서 개인으로, 권리에서 관리로.

남겨진 생각

이 뉴스가 계속 반복된다면 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게 될까.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능력이 되고, 그 능력이 점점 계층을 닮아간다면, 건강은 더 이상 공공의 언어가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건강하게 살라”고 말하는 사회는 사실상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오래 살지 못하는 이유는 당신에게 있다”고. 이 순간, 연대는 사라지고 도덕만 남는다. 그리고 도덕은 언제나 가장 약한 쪽을 먼저 심문한다. 우리는 아직 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오래 사는 삶이 아니라, 오래 살아도 되는 사회란 무엇인가.

Tags  #수명격차  #건강불평등  #계급사회  #사회구조  #in-the-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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