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한국 경제 이해에 필요한 중요 이론 ⑤ : 신제도경제학(New Institutional Economics) - 경제는 제도 위에서 굴러간다 -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 정책보다 필요한 것은 신뢰 — 신제도경제학이 해석하는 한국경제의 ‘성장 정체의 근원’

Executive Summary

한국경제의 성장은 멈춘 것이 아니라, 제도의 벽에 부딪혔습니다. 기술도, 인력도, 자본도 충분하지만 정책의 예측성과 규제의 일관성이 낮아 혁신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제도경제학(New Institutional Economics)은 말합니다. “성장은 제도의 품질 위에서만 지속된다.” 한국의 행정절차 평균 소요기간은 OECD 평균의 두 배, 정책 변동성 지수는 주요국 중 4년 연속 최하위권입니다. 즉, ‘불확실한 제도’가 ‘비용의 경제’를 만든 셈입니다. 제도가 불안하면 거래비용이 늘고, 거래비용이 늘면 기업은 투자 대신 관망을 택합니다. 경제의 엔진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의 제도적 기반에서 작동합니다. 이 글은 신제도경제학과 거래비용이론을 통해 한국경제의 성장 정체를 ‘보이지 않는 구조의 문제’로 해석합니다.

프롤로그

[OECD] “한국, 규제 일관성·정책 예측성 지수 4년 연속 최하위권” (2025.06) [대한상의] “국내 기업 72%, ‘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 미뤘다’ 응답” [KDI] “정책 신뢰도 하락, 민간부문 기대심리 위축” [기재부] “행정절차 평균 280일…OECD 평균의 두 배” [한국경제연구원] “정책 리스크가 기업 경영비용의 14% 차지” ------------------------------------ 한국경제의 가장 큰 적은 ‘불황’이 아닙니다. 바로 예측할 수 없는 제도입니다. 기업은 기술보다 규제를 더 두려워하고, 시민은 경기보다 행정 절차에 지칩니다. 경제의 엔진은 돌고 있지만, 엔진오일인 제도가 점점 마르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AI 서비스를 출시하려면 4개 부처에 각각 인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혁신보다 서류가 더 많아요.” 이 한 문장은 지금 한국경제의 현실을 함축합니다. 혁신의 속도보다 제도의 속도가 느린 나라. 과거 한국은 제도보다 의지가 먼저였습니다. ‘하면 된다’는 정신이 경제를 밀어붙였고, 제도는 나중에 따라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입니다.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성장은 멈춥니다. 신제도경제학의 창시자 더글러스 노스(Douglass North)는 말했습니다. “경제는 제도 속에서 움직이며, 나쁜 제도는 좋은 정책을 무력화시킨다.” 그의 말처럼, 한국경제의 성장둔화는 경기순환이 아니라 제도순환의 실패입니다. 기업은 불확실한 규제 아래서 혁신을 미루고,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지만 예측 가능성이 낮아 시장 신뢰를 잃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혁신이 ‘위험’으로 인식됩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제도적 신뢰입니다. 정책이 예측 가능해야 투자도, 소비도, 혁신도 움직입니다. 경제의 토대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적 일관성의 신뢰입니다. “한국경제의 진짜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제도에 있다.”

이론의 프리즘

🔹 신제도경제학(New Institutional Economics) 경제는 단순히 시장의 교환행위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 이면에는 ‘제도(Institution)’라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작동합니다. 신제도경제학은 더글러스 노스(Douglass North), 올리버 윌리엄슨(Oliver Williamson) 등에 의해 발전했으며, 경제성장의 핵심 요인을 정책·법·관행 같은 제도적 질에서 찾습니다. 노스는 “제도는 인간의 상호작용을 형성하는 게임의 규칙”이라고 했습니다. 좋은 제도는 거래비용을 줄이고 신뢰를 높이며, 나쁜 제도는 혁신의 동기를 약화시킵니다. 즉, 성장의 본질은 자본이 아니라 신뢰의 제도화에 있습니다. 한국경제의 경우, 기술과 인력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규제의 예측성, 정책의 일관성, 행정절차의 단순성은 OECD 최하위권입니다. 이는 성장의 엔진이 아니라 브레이크로 작용하는 제도적 비효율입니다. 🔹 거래비용이론(Transaction Cost Theory) 올리버 윌리엄슨의 거래비용이론은 경제 활동의 실질적 비용이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정보 탐색·계약 협상·감독·위험회피 등의 보이지 않는 비용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 할 때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허가 지연이 길어진다면 그 시간과 행정비용이 바로 ‘거래비용’입니다. 결국 제도가 복잡할수록 기업의 비용 구조는 높아지고, 이는 혁신 투자 대신 ‘기다림의 경제’를 낳습니다. 한국의 행정절차 평균 소요기간은 280일, OECD 평균(140일)의 두 배입니다. 기업이 기술을 출시하기 전에 정책 변화와 인허가 절차를 예측하느라 ‘거래비용의 늪’에 빠지는 셈입니다. 🔹 이 두 이론이 말하는 공통 메시지 경제성장은 제도의 품질에 비례한다.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거래비용을 줄인다. 신뢰의 제도화가 혁신의 확산을 가능하게 한다. 즉, 제도가 효율적이면 기술은 저절로 성장의 경로를 찾습니다. 반대로 제도가 불안정하면 기술은 ‘잠재력’으로만 머뭅니다. “혁신은 제도의 품질 위에서만 작동한다.”

뉴스해석

Q1. 왜 한국경제의 혁신은 제도 앞에서 멈추는가? 2025년 현재, 한국의 R&D 투자율은 세계 3위 수준이지만, 정책 예측성 지수는 OECD 38개국 중 35위입니다. 즉, 기술의 속도보다 제도의 속도가 느립니다. 기업은 “정책이 언제 바뀔지 몰라서” 신기술 상용화를 미루고, 스타트업은 “규제 샌드박스가 해제될 때까지” 시장 진입을 포기합니다. 신제도경제학은 이 현상을 ‘제도적 마찰(institutional friction)’이라 부릅니다. Q2. 제도적 마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정책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기업의 투자 지연 확률이 높아집니다. KDI 분석에 따르면, 규제 변화 빈도가 10% 증가할 때 민간투자 증가율은 평균 1.2% 감소합니다. 이것이 바로 거래비용의 확대입니다. 기업은 불확실한 제도 속에서 추가적인 정보 탐색·법률 자문·대응 인력 유지 등 보이지 않는 비용을 떠안습니다. 이 비용은 생산성 하락으로 직결됩니다. Q3. 한국의 제도는 왜 이렇게 복잡한가? 한국의 법령·행정규칙은 약 7만 3천 건에 달합니다. OECD 평균(3만 5천 건)의 두 배 수준입니다. 문제는 양이 아니라 중복과 불일치입니다. AI 관련 규제만 해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6개 기관이 서로 다른 지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기업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기술은 멈추고, 행정만 움직입니다. Q4. 규제의 일관성 부족은 신뢰를 어떻게 무너뜨리는가? 정책이 자주 바뀌면, 경제주체는 국가를 ‘파트너’가 아닌 ‘리스크’로 봅니다. 한국은행의 2024년 기업 신뢰지수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8%가 “정책 예측성이 낮아 투자계획을 변경했다”고 답했습니다. 제도의 불안은 시장의 불안을 낳습니다. 이는 신제도경제학이 말하는 ‘비공식 제도(informal institution)’—즉, 신뢰의 붕괴 현상입니다. Q5. 거래비용이론으로 본 ‘규제 리스크의 비용’은? 기업이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 평균 4.8개월을 인허가 대기시간으로 소비합니다. 이 기간 동안 인건비·기회비용 등은 연간 약 21조 원(추정치)에 달합니다. 이는 GDP의 1%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결국 규제 불확실성은 ‘보이지 않는 세금’으로 작동합니다. 정책 일관성 확보는 단순한 행정 개혁이 아니라, 경제적 효율을 높이는 비용 절감 전략입니다. Q6. 왜 제도가 불안정해졌을까? 한국의 제도는 ‘단기성과 중심’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크게 변하고, 법령 개정 빈도는 OECD 평균의 2.3배에 달합니다. 이는 ‘정책의 수명’이 짧다는 뜻이며, 결국 장기투자와 혁신이 불가능한 구조를 만듭니다. 내생적 성장론이 말한 “신뢰의 시간축”이 바로 여기서 무너집니다. Q7. 해외는 어떻게 제도 신뢰를 확보했나? 독일: 10년 단위의 산업정책 로드맵, 법적 안정성 강화 핀란드: 규제영향평가제(RIA)로 모든 정책에 예측성 검토 의무화 싱가포르: 규제일몰제(Sunset Clause)로 5년마다 자동 재심사 이들 국가는 공통적으로 정책의 ‘일관성-예측성-투명성’ 3박자를 유지합니다. 즉, 혁신은 제도적 신뢰를 기반으로 자랍니다. Q8. 결국 한국경제가 회복하려면? 제도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경제의 가장 깊은 기반입니다. 정책의 일관성, 행정의 효율성, 규제의 명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기술혁신도, 산업전환도, 인구정책도 모두 표류합니다. 신제도경제학의 결론은 명확합니다. “좋은 제도가 나쁜 정책을 이긴다.” 지금 필요한 건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 정책이 작동할 수 있는 제도의 신뢰 회복입니다. 성장은 제도 위에서만 지속됩니다. “성장은 제도의 그림자 안에서 자란다.”

시사점 및 제언

① 제도의 속도를 경제의 속도에 맞춰라 지금 한국경제의 문제는 ‘규제가 많다’가 아니라, ‘규제가 느리다’입니다. 기술은 초단위로 진화하는데, 제도는 연 단위로 움직입니다. AI·데이터·바이오 등 신산업의 경우, 동적규제(Dynamic Regulation) 체계를 도입해 기술 발전 속도에 맞게 법과 행정을 자동 조정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규제완화가 아니라, 정책의 시간개혁입니다. ② 거래비용을 줄이는 행정혁신 모든 인허가 절차를 디지털화하고, 기관 간 중복심사를 통합해야 합니다. 현재 280일에 달하는 행정 처리 기간을 OECD 평균(140일) 수준으로 줄이면, 연간 약 18조 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행정의 효율화는 곧 경제성장률 제고 정책입니다. ③ 정책의 일관성이 곧 투자 유인이다 기업은 세율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봅니다. 정책 일관성이 유지되면, 민간 투자율은 평균 2.5%p 증가합니다. 따라서 ‘정권별 리셋형 정책’을 줄이고, 10년 단위의 국가정책 스테이블 플랜(National Policy Stable Plan) 을 도입해야 합니다. ④ 제도 신뢰 회복을 위한 ‘정책 커뮤니케이션’ 좋은 정책도 불투명하게 전달되면 신뢰를 잃습니다. 정책 설계 단계부터 이해관계자·시민사회·산업계가 참여하는 공개 피드백 루프(Public Feedback Loop) 를 구축해야 합니다. 제도의 신뢰는 ‘투명한 소통’에서 자랍니다. ⑤ 제도개혁은 기술개혁보다 어렵지만, 더 오래간다 AI나 산업전환은 5년이면 가능하지만, 제도의 개혁은 한 세대의 시간(20~30년)이 걸립니다. 그렇기에 지금 시작해야 합니다. “제도는 느리지만, 제도가 바뀌어야 경제는 다시 달린다.” 한국경제가 다음 30년을 준비하려면, ‘제도적 신뢰’라는 연료를 새로 채워야 합니다.

에필로그

에필로그 : 제도의 온도, 경제의 온도 경제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온도가 있습니다. 그 온도를 결정하는 것은 금리도, 기술도 아닙니다. 바로 제도의 신뢰와 일관성입니다. 한국의 경제엔 언제나 ‘의지’가 있었습니다. IMF 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 속에서도 우리는 기술과 근면으로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는 다릅니다.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제도의 구조적 냉기가 우리를 멈춰 세웁니다. 정책은 늘 새롭지만, 제도는 여전히 낡습니다. AI 시대를 말하면서도, 인허가 서류엔 여전히 도장이 필요합니다. 스타트업은 혁신을 외치지만, 행정의 문턱에서 시간을 잃습니다. 경제의 열정은 남아 있지만, 그 열을 전달할 통로가 막혀 있습니다. 이제 경제는 다시 ‘제도의 길’을 닦아야 합니다. 정책이 아닌 신뢰의 언어로 말하는 제도, 효율이 아닌 예측 가능한 안정성의 제도 말입니다. “좋은 제도는 사람을 바꾸고, 그 사람이 경제를 바꾼다.” 경제는 결국 사람의 신뢰 위에서 굴러갑니다. 그 신뢰를 받쳐주는 토대가 바로 제도입니다. 제도가 따뜻할 때, 경제의 온도도 다시 오릅니다. “성장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온도의 문제다.”

요약

기술도, 자본도, 인력도 충분한데 왜 성장은 멈췄을까? 답은 ‘제도’에 있습니다. 신제도경제학은 “경제는 제도 속에서 움직인다”고 말합니다. 한국의 행정절차는 OECD 평균의 두 배, 정책 예측성은 최하위권. 불확실한 제도는 거래비용을 높이고, 신뢰를 무너뜨립니다. 혁신이 멈춘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책이 일관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제는 기술 위가 아니라 제도의 품질 위에서 굴러갑니다. “성장은 제도의 온도에서 다시 시작된다.”

FAQ (Q&A)

Q1. 신제도경제학(New Institutional Economics)이란 무엇인가요? 경제성장은 시장이 아니라 제도의 질과 신뢰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입니다. Q2. 왜 한국경제는 제도적 한계에 부딪혔다고 하나요? 정책이 자주 바뀌고 행정절차가 복잡해, 혁신이 제도 안에서 멈추기 때문입니다. Q3. 거래비용이론(Transaction Cost Theory)은 무엇을 설명하나요? 보이지 않는 규제·행정·정보 탐색비용이 생산성과 투자 결정을 좌우한다는 이론입니다. Q4. ‘정책 예측성’이 경제성장에 왜 중요한가요? 정책이 일관되어야 기업이 장기 투자를 결정합니다. 예측 불가능한 제도는 신뢰를 무너뜨립니다. Q5. 제도개혁은 어떻게 시작할 수 있나요? 법률 정비보다 정책의 일관성·투명성·시간축 개혁이 먼저입니다. Q6. 결국 한국경제가 다시 성장하려면?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의 품질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제도만이 혁신을 사회로 퍼지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