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작성일 : 2025-09-12 | 수정일 : 2025-09-12 | 조회수 : 13 |
“KFTC, 딜리버리히어로의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인수 조건부 승인” [Digital Policy Alert, 2020.12.28]. “쿠팡, 2021년 미 뉴욕증시(IPO)… 델라웨어 법인 전환 및 상장 공시” [미 SEC 공시(S-1/10-K), 2021.03·2022.02] . “잡코리아,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 매각 추진” [The Korea Times, 2021.03.05]. “스타벅스코리아 지배구조 변화: SCK로 사명 변경·지분 재편(싱가포르 GIC 등) 이후 시장 지배 강화” [Korea Herald, 2025.02.13]. “다이소코리아, 일본 지분 정리 후 사실상 ‘완전 국내화’” [Korea Herald, 2023.12.13; Insideretail Asia, 2023.12.14]. “딜리버리히어로, 요기요 매각 완료(조건부 승인 이행)” [Delivery Hero 뉴스룸, 2021.10.29]. ------------------------------------------- 한국에서 태어나거나 한국 소비자의 일상 깊숙이 뿌리내린 서비스여서 ‘한국 기업’으로 느끼지만, 지배구조의 꼭짓점을 따라가 보면 외국 자본과 연결되어 있는 사례가 갈수록 흔해지고 있습니다. 배달앱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배달의민족은 2020년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이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체제에 편입되었고(요기요 매각 이행 포함), 글로벌 자본과 국내 플랫폼의 결합이 표준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쿠팡은 한국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법인 구조 전환과 함께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택하면서, ‘국적은 어디로 규정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남겼습니다. 채용 플랫폼 잡코리아도 외국계 사모자본의 품으로 들어갔고, 이후 재매각·재편 가능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반대로 다이소처럼 일본과의 합작·지분 구조가 오랜 논란이던 케이스는, 2023년 말 국내 지분 확대를 통해 ‘완전 국내화’에 가까운 형태로 방향을 틀기도 했습니다. 국적 논쟁이 한쪽으로만 흐르지 않고 양방향으로 재편되는 점이 오늘의 특징입니다. K 커피 시장의 절대 강자로 꼽히는 스타벅스코리아 역시 지배구조 재편(사명 SCK, GIC 참여 등) 이후에도 현지화와 초대형 점포 전략으로 국내 지형을 주도하며, ‘브랜드 국적’과 ‘시장 지배력’의 괴리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이 모든 사례는 한국 경제가 더 이상 ‘국산 대 외산’의 이분법으로 설명되지 않음을 뜻합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 조달과 상장, 인수·합병, 라이선스 체계가 브랜드의 탄생지·정체성과 어긋나는 장면을 일상화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여전히 ‘한국 기업 같은데?’라고 느끼지만, 실제 지배구조·자본·지식재산권의 경로는 국경 밖으로 뻗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세 가지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첫째, 브랜드의 국적을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 둘째, 소비자 후생과 공정경쟁, 조세·고용의 이익은 어디에 머무는가. 셋째, 한국에서 태어난 기업의 ‘글로벌 엑시트’는 혁신의 디딤돌인가, 전략적 유출인가. 오늘 [in the news]는 이 질문들을 브랜드 정체성 이론, 글로벌 가치사슬(GVC), 소비자 민족주의와 문화자본 논의라는 이론의 프리즘을 통해 차근차근 해부하고자 합니다. 이어지는 본문에서 이론 자체를 먼저 소개한 뒤, 방금 정리한 뉴스들과 교차해 한국 시장의 현실을 논리적으로 해석하겠습니다.
세계화와 자본 이동의 시대를 이해하려면 몇 가지 대표적인 사회학적·경제학적 이론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학문적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브랜드와 기업 소속 문제를 바라보는 틀을 제공합니다. 1. 자본의 세계체제론 (Immanuel Wallerstein) 월러스틴은 자본주의 세계체제를 ‘중심부-주변부-반주변부’로 나눠 설명했습니다. 중심부 국가는 금융·기술·문화 자본을 장악하고, 주변부 국가는 저임금 노동과 원자재를 제공하는 구조라는 것이지요. 1970년대 국제 정치경제학의 대표적 이론으로 등장한 이 프레임은, 국적과 상관없이 기업이 어디에 속하느냐가 사실상 세계 체제 내 위치로 결정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결국 ‘이 기업은 어느 나라 것인가?’라는 질문은 자본 흐름 속에서 상대화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을 남겼습니다. 2. 다국적 기업(MNC) 이론 (Raymond Vernon의 Product Cycle Theory) 버넌은 1960년대 ‘제품수명주기(product cycle)’ 이론을 통해 다국적 기업의 등장을 설명했습니다. 신기술 제품은 선진국에서 먼저 개발·생산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생산 거점이 해외로 이동하고, 결국 기업의 경계가 국적을 넘어 확장된다는 것이지요. 다국적 기업은 단순히 ‘수출입 기업’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인력·자본·생산을 조직하는 글로벌 행위자라는 점에서 국가 경계를 넘어섭니다. 오늘날 국적 논쟁이 복잡해진 근본 배경에는 바로 이런 구조적 변화가 있습니다. 3. 브랜드 국적 이론 (John Ger, Russell Belk) 소비자 연구자 거와 벨크는 1990년대 ‘글로벌 소비문화’를 연구하며, 브랜드의 국적은 실제 본사가 어디 있느냐보다 소비자가 그렇게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컨대 소비자는 코카콜라를 미국 문화의 상징으로 소비하지만, 생산은 각국 공장에서 이뤄집니다. 마찬가지로 브랜드의 정체성은 법적 국적보다 문화적 이미지와 소비자의 경험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는 ‘브랜드 국적의 사회적 구성’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남겼습니다. 4. 경제민족주의 이론 (Economic Nationalism) 19세기 리스트(Friedrich List) 이후 발전한 경제민족주의는, 국가 발전을 위해 국적 자본과 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는 관점입니다. 현대에는 자국 소비자가 외국 자본에 넘어간 기업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거나 불매운동으로 반응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이는 브랜드 국적이 단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주권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5. 초국적 네트워크 이론 (Saskia Sassen) 사센은 글로벌 도시 연구로 유명합니다. 그는 현대 자본주의를 ‘국가 단위’가 아니라 네트워크 단위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런던, 뉴욕, 도쿄 같은 금융 허브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얽히고설켜 움직이기 때문에, 국적은 점점 모호해지고 네트워크 참여 여부가 더 중요해진다는 설명입니다. 브랜드와 기업의 소속 문제 역시 이 거대한 초국적 네트워크 속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6. 문화자본 이론 (Pierre Bourdieu) 부르디외는 자본을 경제적 자본뿐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자본으로 확장했습니다. 기업 역시 국적이나 소유 구조 못지않게 문화적 상징성으로 소비자와 연결됩니다. 특정 브랜드가 ‘한국의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문화적 자본의 축적 때문이며, 외국 자본이 소유권을 가져가도 여전히 ‘우리 것’처럼 소비되는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이처럼 다양한 이론들은 국적과 기업 소속 문제를 단순한 법적 소유 문제를 넘어 사회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바라보게 만듭니다. 자본의 세계체제와 다국적 기업 이론은 구조적 배경을, 브랜드 국적과 경제민족주의는 소비자의 감정과 인식을, 초국적 네트워크와 문화자본은 현대 사회의 복잡한 관계망 속 위치를 보여줍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소비자들이 널리 이용하는 플랫폼과 브랜드 중 상당수가 사실은 외국 자본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사실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충격과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2021년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elivery Hero)에 매각되었고, 현재는 글로벌 본사에서 전략을 조율합니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는 여전히 이를 ‘토종 스타트업 성공 사례’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자본 소유 구조 사이의 괴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쿠팡(Coupang)은 2014년부터 미국 투자자들의 자금을 집중 유치했고,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면서 법적 본사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위치하게 되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한국의 아마존’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외국 자본과 글로벌 투자자들에 의해 지배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쿠팡의 성과가 ‘한국 기업의 성취’인지, 혹은 ‘글로벌 자본의 성공’인지에 대한 논란이 발생합니다. 잡코리아(JobKorea)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최대 구인구직 플랫폼으로 알려졌지만, 2021년 홍콩계 사모펀드 글로벌 PE 파트너스(PEP)에 인수되면서 사실상 외국 소유 기업이 되었습니다. 많은 취준생과 직장인들이 매일같이 접속해 이용하는 플랫폼이지만, 그 수익은 한국 사회보다는 외국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수익으로 귀속됩니다. 또한 스타벅스 코리아(Starbucks Korea)도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국적 경험으로 소비되지만, 실제로는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50%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와 신세계 그룹의 합작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명동이나 강남에서 마시는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이 글로벌 금융 자본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에게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와 반대로, 한때 일본 다이소 아소산업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일본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았던 다이소(Daiso)는 최근 한국 지분율이 80%를 넘어 사실상 토종 기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의 인식 속에서는 ‘일본 기업 아니냐’라는 의심이 잔존합니다. 이는 기업의 실제 소유 구조보다 브랜드 국적성(Brand Nationality)이 소비자 의식에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회적 해석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기업 소유 구조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에 몇 가지 중요한 함의를 던집니다. 1. 소비자 인식과 정체성 혼란 한국 소비자들은 ‘국산 기업을 애용한다’는 자부심을 갖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외국 자본에 이익이 돌아가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 정체성의 혼란을 초래합니다. 2. 노동시장과 청년 세대 쿠팡, 잡코리아 등은 청년 구직·고용 문제와 직결되는 기업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외국 자본 지배 구조에 놓이면, 국내 청년들의 노동 조건 개선이나 장기적 커리어 투자보다는 글로벌 투자자의 단기 수익 극대화가 우선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3. 부동산·지역경제 파급 스타벅스나 배달의민족처럼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브랜드는 상권 형성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이익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국내 자본 축적 효과가 제한됩니다. 4. 정치·정책적 대응의 공백 정부는 글로벌 자본 유입을 투자유치 성과로 홍보하지만, 정작 국부 유출이나 국내 산업 생태계의 종속 문제에는 둔감하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과거 정부들의 규제 완화와 해외 자본 선호 정책이 이런 현상을 심화시킨 측면도 있습니다. 국제 비교 비슷한 현상은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영국은 1980년대 대처 정부 이후 다수의 공기업과 민간 기업이 해외 자본에 인수되면서 ‘브리티시 브랜드’의 국적 논란이 심각했습니다. - 일본은 반대로 전략적 산업(예: 반도체, 철강)은 보호하고, 소비재 산업은 글로벌 자본에 개방하는 이중 전략을 택했습니다. - 독일은 중소기업(Mittelstand) 보호를 핵심으로 삼아, 외국 자본 진입에도 내수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방어했습니다. 한국은 아직 이에 대한 일관된 전략이 부족하며, 그 결과 기업 국적과 소비자 인식 간 괴리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시사적 메시지 결국 “이 기업은 한국 기업인가, 글로벌 자본 기업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국적 논란이 아닙니다. - 소비자 정체성 - 청년 고용 - 국내 자본 축적 - 정책적 대응 등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 인식의 전환과 정책적 균형 감각입니다. 외국 자본을 배척하는 배타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이익이 한국 사회에 얼마나 환류되는가를 기준으로 기업 국적성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합니다.
‘한국 기업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외국 자본 소속이었다’는 현상은 단순히 소유권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의 자본 구조와 산업 전략, 그리고 소비자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또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요? 첫째, 소비자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는 ‘국산 브랜드 애용’이라는 감정적 구호가 강했지만, 이제는 ‘이익 환류 여부’와 ‘국내 고용 기여도’라는 실질적 기준으로 브랜드를 평가해야 합니다. 외국 자본이든 국내 자본이든, 한국 사회에 긍정적 효과를 내는 구조라면 수용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문제 제기가 필요합니다. 둘째, 청년 고용과 노동권 보장이 핵심입니다. 쿠팡, 잡코리아 같은 기업들이 외국 자본 소유라는 사실은 곧 이익 배분 구조에도 영향을 줍니다. 청년 세대가 “이 회사에 들어가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는 순간, 인재 유출은 가속화됩니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외국 자본 지배 구조하에서도 청년 고용과 노동환경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셋째, 정책적 균형 감각이 절실합니다. 외국 자본 유치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국부 환류 장치”를 제도화해야 합니다. 예컨대 일정 규모 이상의 외국 자본 지배 기업에 대해서는 국내 재투자, 지역 고용 창출, 기술 이전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투자 유치=성공”이라는 관성을 벗어나야 합니다. 넷째, 브랜드 국적성 관리가 중요합니다. 소비자가 기업을 ‘한국적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다면, 실제 지배 구조와 브랜드 정체성 사이의 괴리를 해소해야 합니다. 다이소가 ‘일본 기업’이라는 오해를 벗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와 지분 재조정을 한 사례는 좋은 참고점입니다. 브랜드 신뢰는 결국 소비자 인식과 투명한 정보 공개에서 비롯됩니다. 다섯째, 국제 사례에서 배워야 합니다. 독일은 외국 자본이 들어와도 자국 중소기업 생태계를 지켜내는 제도를 두었고, 일본은 전략 산업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보호 정책을 유지했습니다. 한국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보호할 영역과 개방할 영역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치와 사회적 논의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외국 자본 문제를 정치적 공방거리로만 소비해왔습니다. 그러나 실제 문제는 소비자·노동자·투자자 모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생활경제 현안입니다. 따라서 국회, 시민사회,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사회적 합의 테이블’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외국 자본에 넘어간 한국 기업들’은 단순히 소속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성장과 공정성을 동시에 추구할 것인가라는 더 큰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외면하면 단기적 불편은 피할 수 있어도 장기적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국민 인식의 성숙, 정책의 균형, 기업의 책임, 그리고 사회적 합의입니다.
“배달의 민족인 줄 알았는데 독일 자본이었고, 쿠팡은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글로벌 기업이며, 잡코리아는 홍콩계 자본에 넘어갔다.” 한국 사회에서 수없이 회자되는 이 말은 단순한 기업 소유 구조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브랜드와 플랫폼이 더 이상 국경에 묶이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한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강의 기적’을 통해 자본과 산업을 급격히 성장시켰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글로벌 자본의 흐름에 편입되면서 국내에 뿌리내린 기업조차 언제든지 외국 자본의 일부가 되거나 국적성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한국 기업’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 할 시점이 왔음을 말해 줍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국적이 중요한가, 아니면 서비스의 품질과 편의가 중요한가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그러나 청년 세대와 노동시장을 고려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외국 자본이 가져온 혁신과 일자리 기회가 국내 사회에 얼마나 환류되는가, 이익이 한국 사회에 재투자되는가, 장기적으로는 청년 고용과 산업 생태계 강화로 이어지는가가 핵심이 됩니다. 단순히 ‘외국에 넘어갔다’는 실망감보다, ‘한국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자본인가’라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또한 정치와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시험하는 과제가 됩니다. 국적 논쟁을 정치적 구호로만 소비해서는 안 되며, 정책과 제도의 정교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외국 자본과 협력하면서도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동시에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균형이 중요합니다. 독일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투자 개방과 함께 자국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체계를 마련했고, 일본은 자국 내 브랜드를 지키려는 ‘경제민족주의’와 글로벌 개방 사이에서 치열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제는 이런 해외 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결국 ‘한국 기업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는 말은 불편한 진실이자 동시에 질문입니다. 한국 사회가 앞으로 어떤 경제·사회 모델을 선택할 것인가? 국적 없는 자본의 세계 속에서 단순히 소유 구조를 따지는 데 그칠 것인가, 아니면 자본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와 공존하는지를 기준으로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 갈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단순히 기업의 주인이 누구인가가 아니라 그 기업이 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와 책임을 지는지를 더 깊이 묻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글로벌 자본주의 속에서 한국이 주체적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