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전화번호 수천 개의 착각’을 넘어서

ㅇ 왜 번호는 많지만, 사람은 적은가? 2025년 한국 사회는 급격한 고령화 속에서 정년퇴직을 맞는 세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휴대폰에 수천 개의 번호를 저장하고 살아온 사람들도 막상 은퇴하고 나면, 전화를 걸 수 있는 번호는 손에 꼽힙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 경험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한국의 노년층은 OECD 국가 중 사회적 관계망 지표가 최하위 수준이며, 고독사 발생률은 10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수치가 말해주는 사실은 명확합니다. 관계의 양은 많지만, 질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ㅇ 그래서 은퇴 후의 하루는 왜 고독한가? 퇴직과 함께 직장에서 형성된 관계가 단번에 끊어집니다. 직함과 명함이 사라지자, 함께하던 동료도 사라집니다. 남은 것은 조용한 거실, 울리지 않는 휴대폰, 그리고 멈춘 듯한 하루입니다. 서울의 한 은퇴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30년 동안 매일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퇴직 후에는 일주일에 한 번도 벨이 울리지 않아요.” 이 말은 숫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실적 고립을 잘 보여줍니다. ㅇ 그런데 왜 한국은 특히 더 취약한가? 한국 사회에는 몇 가지 구조적 특징이 있습니다. 직장 중심 관계 구조: 관계의 대부분이 직업에 기반해 형성되며, 은퇴와 동시에 무너집니다. 지역 공동체 약화: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되었지만, 이웃 간 교류율은 20% 미만입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지만 서로 이름도 모릅니다. 가족 돌봄 축소: 자녀 세대는 부모와 함께 살지 않고, ‘영상통화로 대신하자’는 말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부모 세대는 같은 도시 안에서도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경험합니다. 이 세 가지가 결합하면서 한국 노년층은 해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고독에 노출됩니다. ㅇ 한편 해외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비슷한 문제는 해외에도 존재합니다. 미국에서는 노년층의 35%가 심각한 외로움을 겪고 있지만, 교회·봉사단체·시니어 클럽 같은 완충 장치가 활발히 운영됩니다. 일본은 ‘고독사 방지 정책’을 제도화하여 은퇴자 커뮤니티 참여를 장려하고 있으며, 그 결과 고독사 발생률이 줄었습니다. 북유럽 국가들은 평생교육과 지역 모임이 은퇴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져 고립을 완화합니다. 비교해보면, 한국은 여전히 은퇴 고독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해 사회적 대책이 늦다는 점이 두드러집니다. ㅇ 결국 세대 모두의 문제다 은퇴세대는 관계망의 질적 재구성이 필요합니다. 취미·봉사·평생교육 등을 통해 새로운 ‘출근길’을 만드는 노력이 고독을 완화합니다. 자녀세대는 부모와의 관계를 ‘돌봄’이 아니라 ‘공유 활동’으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주말 산책이나 소규모 여행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청년세대도 예외가 아닙니다. SNS 친구 수천 명을 보유하면서도 실제로 연락할 수 있는 친구는 몇 명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미 같은 문제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진짜 관계를 만들어 가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미래의 은퇴세대는 더 심각한 고독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ㅇ 결국 지금 던져야 할 질문은 무엇인가? 고독은 단순히 개인의 감정 문제가 아닙니다. 건강 악화, 사회복지 지출 증가, 세대 갈등 심화 등 사회 전체의 비용으로 돌아옵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합니다. “번호는 많지만, 과연 내 옆자리에 남을 사람은 누구인가?” 이 질문은 은퇴세대, 자녀세대, 청년세대 모두에게 동시에 주어지는 물음이며, 한국 사회 전체의 현재이자 미래를 가르는 핵심 과제입니다.

프롤로그 ― 정년퇴직 후 남는 것은 무엇인가

ㅇ 왜 번호는 많은데 만날 사람은 없을까? 2025년 가을, 방송인 유인경 씨는 예능 프로그램 <동치미>에서 충격적인 고백을 했습니다. “휴대폰에 번호가 5천 개나 있지만, 정년퇴직 후엔 아무도 만나지 못한다.” 그녀의 말은 많은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는 에피소드처럼 보였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냈습니다. 번호는 많지만, 실질적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관계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 말입니다. ㅇ 그래서 정년퇴직은 관계 단절의 신호가 된다 은퇴는 단순히 ‘일을 그만두는 사건’이 아닙니다. 오랜 세월 직장이라는 무대에서 쌓아온 관계망이 단번에 무너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인간관계의 상당 부분은 직장과 직업적 역할을 통해 유지됩니다. 직함이 사라지자마자 “부장님”, “과장님”이라 부르며 다가오던 사람들은 연락이 끊기고, 휴대폰 속 수많은 번호가 의미 없는 목록으로 전락합니다. ㅇ 그런데 한국 사회는 왜 더 취약한가? 데이터는 냉정합니다. 중앙일보(2025.9)에 따르면 한국의 고독사 발생 건수는 최근 10년 새 두 배로 늘었고, 그중 55%가 60대 이상입니다. OECD 조사에서도 한국 노년층의 사회적 관계망 지표는 최하위권으로 보고됐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에서 관계 단절이 더 심각한 이유는 직장 중심의 관계 구조, 지역 공동체 약화, 가족 돌봄의 축소라는 세 가지 요인이 겹쳐 있기 때문입니다. ㅇ 한편, 지금이 문제를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고독은 미래의 예고가 아니라 이미 현재의 현실입니다. 은퇴세대는 물론, 중장년층은 부모의 문제로, 청년층은 SNS 관계의 허상으로 이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즉, 유인경 씨의 말은 단순히 한 방송인의 개인적 체험이 아니라 “지금 한국 사회 전체에 던져진 질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론의 프리즘 ― 은퇴 후 관계 단절을 해석하는 학문적 틀

ㅇ 결국, 사회적 자본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넘(Robert Putnam)은 『Bowling Alone』에서 현대 사회의 관계망 축소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약화로 설명했습니다. 사회적 자본은 단순히 아는 사람의 수가 아니라, 신뢰와 호혜적 교류가 담긴 관계망을 뜻합니다. 은퇴 후 휴대폰 속 번호는 많지만, 정작 마음을 나누거나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는 거의 사라집니다. 이는 곧 사회적 자본이 양적·질적으로 급격히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ㅇ 그러나 역할이 사라질 때 관계도 함께 무너진다 심리학과 사회학에서는 역할이론(Role Theory) 으로 이 현상을 설명합니다. 사람은 직장에서 ‘부장’, 가정에서 ‘아버지’, 사회에서 ‘이웃’이라는 여러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은퇴 순간, 직장인이라는 핵심 역할이 사라지면 다른 역할까지 영향을 받습니다. 회사에서 함께했던 동료들은 더 이상 함께할 이유가 없어지고, 자녀와의 교류도 세대 간 거리로 인해 줄어듭니다. 결국 역할 상실은 곧 관계 상실로 이어지는 셈입니다. ㅇ 반면, 활동이 지속될 때 외로움은 줄어든다 노년학의 활동이론(Activity Theory) 은 노인의 삶의 만족도가 얼마나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와 직결된다고 주장합니다. 퇴직 후에도 지역 커뮤니티, 자원봉사, 동호회, 평생교육 등에 참여하는 사람은 고독과 우울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즉, 활동이 지속될수록 관계망이 살아 있고, 사회적 자본 역시 재구성될 수 있습니다. 반면 아무런 활동 없이 집 안에 머무는 경우, 외로움은 배가되고 건강 악화로 이어집니다. ㅇ 그런데 디지털 관계망은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오늘날 청년세대는 SNS 친구가 수천 명에 이르지만, 실제 만남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이는 은퇴세대가 겪는 “번호 5천 개의 착각”과 유사합니다. 디지털 관계망은 순간적인 소통에는 유용하지만, 고립 상황에서는 심리적 안정과 정체성 유지를 보장하지 못합니다. 결국 온라인 관계망은 보조적 도구일 뿐, 진짜 인간적 교류를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ㅇ 결국, 이론들은 하나의 진실을 말한다 사회적 자본 이론은 관계의 질적 축소를, 역할이론은 정체성 상실과 관계 붕괴를, 활동이론은 참여가 고독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여줍니다. 이 세 가지 이론은 다른 접근처럼 보이지만, 모두 “은퇴 후 고독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한 가지 진실에 도달합니다.

뉴스 해석 ― 데이터와 사례로 본 2025 한국 사회의 현실

ㅇ 왜 지금 한국에서 이 문제가 심각한가? 2025년 현재 한국의 은퇴세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사회적 안전망 속에 놓여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전체의 20%를 넘었고, 고독사로 분류되는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입니다. 단순한 수치만으로도 문제는 심각하지만, 숫자가 아닌 하루의 풍경을 그려보면 더 명확합니다. 서울 외곽의 한 아파트에서 홀로 사는 62세 김 모 씨. 30년 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한 이후, 그의 아침은 더 이상 출근 준비로 분주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는 TV 뉴스를 틀어두고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휴대폰에는 수천 개의 번호가 저장돼 있지만, 벨소리는 좀처럼 울리지 않습니다. 카카오톡 대화창은 단체방 몇 개가 남아 있지만, 업무용 대화방은 이미 ‘퇴사자’ 표시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그ㅇ 래서 은퇴 후의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5) 조사에 따르면 혼자 사는 60대 남성의 48%가 “지난 한 달 동안 단 한 번도 지인과 만난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퇴직 후 남는 하루는 길지만, 함께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은퇴자들은 대체로 오전에 동네를 산책하거나 근처 마트를 들르지만, 대화는 짧은 인사에 그치기 일쑤입니다. 특히 남성 은퇴자의 경우, 직장 이외의 관계망을 갖추지 못한 비율이 높아 ‘관계 단절 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여성은 상대적으로 시장, 종교 모임, 이웃 관계 등에서 소통의 통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남성의 경우 퇴직과 동시에 사회적 관계가 급격히 끊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ㅇ 그러나 해외에서는 이미 대응이 시작되었다 비슷한 문제는 해외에도 존재합니다. 미국: AARP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년층의 35%가 ‘심각한 외로움’을 경험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지역교회·자원봉사 단체·시니어 모임이 활발하여 ‘주 2회 이상 대면 모임’을 갖는 노인이 70% 이상입니다. 일본: ‘고독사’라는 단어가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일본 정부는 아예 ‘고독사 방지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은퇴자 커뮤니티 활동을 제도적으로 지원합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이런 프로그램 참여율이 늘어나면서 고독사 발생률이 20% 감소했습니다. 유럽(북유럽): 은퇴자는 당연히 평생교육 과정, 동호회, 자원봉사에 참여합니다. 코펜하겐의 한 시니어센터에서는 매주 ‘은퇴자 요리 교실’과 ‘노년 합창단’이 열리는데, 참여율이 80%를 넘습니다.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풍경입니다. ㅇ 반면 한국은 왜 여전히 제자리인가? 한국 사회의 취약성은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직장 중심적 관계 구조. 은퇴 순간, 수십 년간의 사회적 역할이 단절됩니다. ‘부장님’이라는 호칭이 사라지면 곧바로 연락도 끊깁니다. 실제로 2025년 대한노인회 조사에 따르면, 은퇴자 10명 중 6명은 “퇴직 후 직장 동료와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고 답했습니다. 둘째, 지역 공동체의 약화. 한국은 아파트 거주 비율이 60%를 넘지만, 주민 간 교류율은 20%에 불과합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면서도 서로 이름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웃은 택배 기사뿐”이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셋째, 가족 돌봄의 축소. 30~40대 자녀 세대는 경제적·공간적 이유로 부모와 동거하지 않습니다. 설문에 따르면 30대 자녀의 65%가 “부모님을 월 1회 이하로 만난다”고 답했으며, 명절마저 온라인 영상통화로 대체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ㅇ 결국 지금이 사회적 전환점이다 은퇴 후 고독은 개인적 불행을 넘어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옵니다. 우울증·치매·심혈관 질환은 고립과 긴밀히 연결돼 있으며, 관련 의료비 지출은 2025년 3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단순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유인경 씨의 고백 ― “번호는 수천 개지만, 만날 사람은 없다” ― 는 지금 한국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취약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은퇴 후의 하루가 고독으로 채워지는 현실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세대를 넘어 한국 사회 전체의 위기로 확대될 것입니다.

시사점 및 제언 ― 지금 우리가 취해야 할 대응은 무엇인가

ㅇ 그래서 은퇴세대는 지금 준비해야 한다 정년퇴직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생애 전환점입니다. 문제는 준비 없는 은퇴가 곧바로 고독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2025년 대한노인회 조사에서 은퇴자 10명 중 7명은 “퇴직 후 1년 내 가장 힘들었던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단절이었다”고 답했습니다. 이제 은퇴세대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 이외의 관계망을 미리 구축하는 것입니다. 퇴직 전부터 취미 모임, 봉사활동, 평생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관계의 연속성을 지켜줍니다. 예를 들어 서울 종로구의 한 시니어 대학에서는 은퇴자들이 함께 수묵화와 합창을 배우며,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은 ‘또 다른 출근길’을 만들어 줍니다. ㅇ 그런데 자녀세대 역시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고독은 부모 세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중·장년층 자녀세대에게는 곧바로 가족 문제로 다가옵니다. 실제로 은퇴 후 부모가 우울증을 겪으면, 자녀가 경제적·정서적으로 부담을 떠안게 됩니다. 한 40대 직장인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퇴직한 아버지가 하루 종일 집에만 계시니, 가족 분위기가 무겁습니다. 저도 회사 일로 바쁜데, 아버지 문제까지 신경 쓰려니 벅차네요.” 이 사례는 부모 세대의 고립이 곧바로 자녀 세대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자녀세대는 부모와의 관계를 단순히 ‘돌봄’ 차원이 아니라 함께하는 활동으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주말마다 부모와 함께 걷기 모임에 나가거나, 작은 여행을 떠나는 방식은 고독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래서 은퇴세대는 지금 준비해야 한다 정년퇴직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생애 전환점입니다. 문제는 준비 없는 은퇴가 곧바로 고독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2025년 대한노인회 조사에서 은퇴자 10명 중 7명은 “퇴직 후 1년 내 가장 힘들었던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단절이었다”고 답했습니다. 이제 은퇴세대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 이외의 관계망을 미리 구축하는 것입니다. 퇴직 전부터 취미 모임, 봉사활동, 평생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관계의 연속성을 지켜줍니다. 예를 들어 서울 종로구의 한 시니어 대학에서는 은퇴자들이 함께 수묵화와 합창을 배우며,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은 ‘또 다른 출근길’을 만들어 줍니다. 그런데 자녀세대 역시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고독은 부모 세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중·장년층 자녀세대에게는 곧바로 가족 문제로 다가옵니다. 실제로 은퇴 후 부모가 우울증을 겪으면, 자녀가 경제적·정서적으로 부담을 떠안게 됩니다. 한 40대 직장인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퇴직한 아버지가 하루 종일 집에만 계시니, 가족 분위기가 무겁습니다. 저도 회사 일로 바쁜데, 아버지 문제까지 신경 쓰려니 벅차네요.” 이 사례는 부모 세대의 고립이 곧바로 자녀 세대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자녀세대는 부모와의 관계를 단순히 ‘돌봄’ 차원이 아니라 함께하는 활동으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주말마다 부모와 함께 걷기 모임에 나가거나, 작은 여행을 떠나는 방식은 고독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결국 청년세대도 같은 착각 속에 있다 20~30대 청년세대는 “은퇴는 아직 먼 이야기”라며 무관심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SNS 시대의 ‘디지털 관계망’ 역시 은퇴세대의 ‘번호 5천 개’와 다르지 않습니다. 친구 수는 많지만 실제로 힘든 순간 곁에 있어줄 이는 몇 명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감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2025년 설문조사에서 “SNS 친구 수가 500명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은 62%였지만, “힘들 때 실제로 연락할 수 있는 친구는 3명 이하”라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이는 곧 미래의 은퇴세대가 또 다른 형태의 ‘고독’을 맞이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청년세대에게도 지금부터 질 높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오프라인 모임 참여, 장기적인 협력 관계 형성, 세대 간 교류 경험이 디지털 고독을 예방하는 길이 됩니다. 반면, 정부와 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은퇴세대의 고독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정부와 사회적 지원이 함께 가야 합니다. 첫째, 지역 커뮤니티 센터를 확충해 은퇴자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공간을 제공해야 합니다. 둘째,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지원해 ‘제2의 사회 진입’을 돕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셋째, 고독사 위험군을 조기 발견하는 데이터 기반 복지 정책도 강화해야 합니다. 예컨대 일본은 ‘고독사 방지 전담부서’를 설치해 행정·지역사회·의료기관이 함께 대응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제는 고독을 복지의 사각지대가 아니라 국가적 위기관리 과제로 인식해야 합니다. 결국 지금이 사회 전체의 대응 시점이다 은퇴세대는 스스로 관계망을 관리하고, 자녀세대는 부모와의 교류를 재정립하며, 청년세대는 디지털 착각을 넘는 진짜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동시에 정부는 제도적 안전망을 보강해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사회 전체가 고독 문제에 맞서야 할 시점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번호는 많지만 만날 사람은 없는 사회’라는 유인경 씨의 고백은 곧 모든 세대의 공통된 현실이 될 것입니다.

에필로그 ― 번호가 아닌 사람이 남는다

왜 우리는 번호보다 사람을 잃어가고 있는가? 휴대폰 속에는 수천 개의 이름이 저장돼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힘든 순간 전화를 걸 수 있는 번호는 손에 꼽힙니다. 유인경 씨의 고백은 바로 그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은퇴 후, 직장 동료라는 명함이 사라지자 관계도 함께 증발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건, 불빛 가득한 도시 속 홀로 깜빡이는 스마트폰 화면뿐입니다. 많은 은퇴자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번호는 많지만, 마음을 나눌 친구는 없다.” 우리는 숫자에 의존하며 안도하지만, 실제로는 진짜 사람을 잃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ㅇ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무엇인가? 은퇴 고독은 단순히 노년의 문제가 아닙니다. 청년 세대도 SNS 친구 수백 명을 보유하지만, 실제로 힘이 되어주는 관계는 극히 적습니다. 중년 세대 역시 부모의 은퇴 후 고립을 함께 떠안으며 부담을 느낍니다. 결국 이 문제는 세대를 넘어 한국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숙제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합니다. “내 곁에 끝까지 남아줄 사람은 누구인가?” 이 질문은 관계의 본질을 돌아보게 하고,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게 합니다. ㅇ 그러나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진짜 관계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은퇴한 이웃과 함께하는 주말 산책,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소박한 저녁 식사, 친구와의 짧은 안부 통화가 바로 사회적 자본의 씨앗입니다. 작고 사소한 관계들이 모여 고독을 막아내는 울타리가 됩니다. 서울의 한 동호회에서 만난 70대 은퇴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매주 모임에 나오는 게 내 삶의 이유예요. 여기서 만난 사람들은 내 번호부에 있던 5천 명보다 훨씬 가깝습니다.” 이 사례는 관계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ㅇ 결국 2025년 지금, 우리 모두의 질문이다 은퇴세대에게는 “퇴직 후에도 나는 어떤 관계를 가꾸며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자녀세대에게는 “부모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갈 것인가”라는 고민이 요구됩니다. 청년세대에게는 “디지털 관계의 착각 속에서 진짜 친구를 만들고 있는가”라는 반성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사회 전체에는 하나의 공통된 과제가 남습니다. “번호 5천 개의 허상 대신, 옆자리에 남는 단 한 사람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