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The Guardian.16 Jul 2025 라면,족욕,그리고 상담사 : 서울, 마인드 편의점’으로 외로움 해결 “Instant noodles, foot spas and counsellors: Seoul tackles loneliness with ‘mind convenience stores’ ” “”As South Korea grapples with an epidemic of loneliness, the capital city has launched an ambitious new programme to address it” ------------------------------------- 지난 몇 년간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 하나의 사회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고령화와 1인 가구의 급증, 팬데믹 이후의 거리두기 문화 등은 개인의 일상 속에서 관계 단절을 심화시켰고, 이는 심리적 고립감과 정서적 피로를 유발하며 전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러한 정서적 고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공공 인프라인 ‘마음 편의점’을 도입했습니다. 이 시설은 단순한 휴게 공간을 넘어, 심리적 안정을 돕고, 외로움을 완화하며, 상담과 정서적 회복을 지원하는 기능을 갖춘 복합 공공 서비스 공간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복지 차원을 넘어, 외부효과(externalities)와 공공재(public goods)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서적 외로움이 시장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사회적 비용을 낳는다는 점에서 외부효과의 전형이며, 마음 편의점과 같은 개입은 공공재 공급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 정책 사례를 통해 외로움이라는 보이지 않는 사회 비용이 어떻게 경제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지,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론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오늘의 뉴스 요약

서울시는 ‘고립 없는 도시, 서울’을 목표로 5년간 총 4,51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마음 편의점’을 시범 운영 중입니다. 이 공간은 단순한 쉼터가 아니라, 인스턴트 국수 제공, 발 마사지, 심리상담사와 연결 가능한 대기실, 정서 회복 활동 등이 제공되는 정서복지 허브로 설계되었습니다. 특히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24시간 무료 심리상담 핫라인과 다양한 자조 프로그램입니다. 시행 초기 3개월 만에 10,000건 이상의 상담 요청이 접수되었고, 이는 서울 시민들이 느끼는 고립감과 정서적 수요가 얼마나 컸는지를 반증합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1인 가구가 전체의 40%를 넘어선 지금, 마음 편의점은 단순한 복지시설을 넘어선 ‘도시 심리 기반시설’로 진화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중장년층과 고령층, 청년 세대의 호응이 높으며, 전국 지자체로의 확산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적용 이론: 외부효과와 공공재 이론

경제학에서 외부효과란 개인이나 기업의 경제 행위가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그 영향이 시장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외부효과는 긍정적·부정적으로 나뉘며, 정서적 외로움은 대표적인 부정적 외부효과입니다. 사람이 느끼는 외로움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외로움으로 인한 심리 불안, 우울, 질병의 증가 등은 결국 국가 의료비 지출 증가, 생산성 저하, 사회 통합 저해 등으로 이어지며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하는 간접적 비용을 유발합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러한 비용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투자는 구조적으로 부족해지게 됩니다. 따라서 외로움 문제는 시장의 힘에만 맡겨둘 수 없는 사회 문제이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공공재의 개입입니다. 공공재는 비경합성(한 사람이 소비해도 다른 사람의 소비가 줄지 않음), 비배제성(요금을 내지 않아도 이용 가능함)이라는 특성을 지닌 재화로, 마음 편의점은 이 두 가지 요소를 고루 갖춘 새로운 형태의 공공재로 볼 수 있습니다. 마음 편의점은 시민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정서적 회복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며, 그 소비가 다른 사람의 이용을 방해하지 않기에 공공재적 성격을 지닙니다. 이는 정부가 왜 시장이 하지 못하는 영역에 직접 개입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근거로 작용하며, 정서적 외부효과를 내부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이해됩니다.

이론 + 현장 연결 분석

사회적 고립은 개별 시민의 정신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응집력과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경제·사회적 문제입니다. 예컨대, 고립감이 지속되면 의료비 지출이 늘고, 노동시장 참여가 줄어들며, 자살률 증가, 가족해체 등의 사회적 비용이 누적됩니다. 이는 곧 부정적 외부효과의 대표적 양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기에 정부의 개입이 필수적입니다. ‘마음 편의점’은 바로 이 지점에서 작동하는 정책 도구입니다. 이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기 어려운 형태의 공공 공간이며, 시장이 자본 논리로는 공급하기 어려운 서비스이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공급하게 됩니다. 이러한 공급은 ‘외부비용의 내부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정서적 고립이 유발하는 간접 비용을 줄이고, 시민들의 심리 회복력과 사회 참여도를 증진시킴으로써 사회 전체의 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Kaldor-Hicks 효율 개념이 적용됩니다. 일부 예산 지출로 많은 시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사회 전체의 효용이 증가한다면 그 정책은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마음 편의점은 바로 이러한 효율성 증대, 사회 통합 효과, 공동체 재건이라는 복합적 성과를 유도하는 ‘정서 기반 공공재 실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외부효과 및 공공재 이론이 어떻게 현실 정책에서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시사점 및 생활경제 체감

‘마음 편의점’ 정책은 단순히 정서적 문제에 대한 응답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공동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철학적 질문에 가깝습니다. 생활 밀착형 공공재 공급은 개인의 문제를 사회의 문제로 끌어올려 공동 대응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경제’라는 이름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가치를 창출합니다. 무엇보다 이 정책은 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기존 복지는 경제적 약자를 돕는 구조였지만, ‘마음 편의점’은 전 시민을 대상으로 한 정서적 보편복지입니다. 누구나 고립될 수 있고, 누구나 연결될 수 있다는 원칙을 기반으로 합니다. 또한 예방 복지의 관점에서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상담과 심리 지원은 사후 의료비 지출보다 훨씬 저렴하며, 조기 개입을 통해 장기적 사회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서비스, 정신건강 산업, 감정노동 관리 서비스 등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될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이 이러한 정책을 통해 ‘연결될 수 있다’는 사회적 신호를 받는다는 점에서 정서적 안전망의 구축은 경제의 지속 가능성과도 연결됩니다. 경제성장이 더 이상 숫자 중심의 GDP가 아닌, 시민의 삶의 질과 연결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오늘날, 마음 편의점은 그 전환기의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

에필로그

우리는 이제 복지와 경제, 정서와 정책이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로 얽혀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더 실감하고 있습니다. 외로움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사회가 감당해야 할 정서적 비용이며, 예방 가능한 사회적 외부효과입니다. 서울시의 ‘마음 편의점’은 이처럼 보이지 않는 비용에 대한 실질적 정책 대응입니다. 이 정책은 단지 복지의 확장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삶의 존엄에 대한 존중이고, 사회적 연대에 대한 재해석이며, 경제학이 설명할 수 있는 ‘공공재의 정서화’ 실험입니다. 우리는 오늘 마음 편의점을 통해 묻습니다. 고립 없는 도시란 무엇인가? 사회가 정서적 안전망을 제공할 책임이 있는가? 그리고 그런 사회는 더 건강한 경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그 답은 아마도, ‘그렇다’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실험은 지금 이 순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